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첫 주말, 서울시민들은 또다시 분통을 터뜨렸다. 7일 평소 10∼20분이면 지날 수 있는 도심에 1시간 넘게 갇혀 있어야 했다. 이날 서울 도심은 시위대의 해방구이자, 놀이터나 마찬가지였다.
서울 도심을 휘저은 이들은 ‘비상시국대회준비위원회’란 단체 소속이다.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 심판이 청구된 통합진보당과 민주노총 등 25개 단체가 들어 있다. 경찰 추산 1만1000여 명(주최 측 주장 2만3000여 명)이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이 ‘국정원 해체’, ‘박근혜 하야’ 등을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은 오후 4시경. 시위대는 서울역 광장에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1.5km를 행진하기로 사전에 경찰과 약속했다. 하지만 이들이 약속을 내팽개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해가 뉘엿뉘엿 지자 시위대는 기다렸다는 듯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 모든 차로를 점거하더니 수백 명씩 무리를 지어 을지로2가, 종로3가, 종로경찰서 방향으로 몰려 나갔다. 신호등은 그저 밤길을 밝히는 가로등이었다. 도심 교통은 시위대와 경찰, 차량들로 뒤엉켜 엉망진창이 됐다. 경찰의 거듭된 해산 요청에 시위대는 욕설과 조롱으로 맞섰다. 경찰을 향해 발길질과 주먹을 날리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결국 경찰은 물대포를 쐈다. 외국 관광객들은 신기한 듯 지켜봤다.
집회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이다. 평화적 집회라면 시위대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시위대에도 다른 시민의 행복권을 침해할 권리는 없다. 이것은 법치주의 이전에 기본권의 문제다.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시위대를 지켜보다 못한 한 60대 여성이 시위대를 향해 “왜 길을 막고 혼란을 주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시위대는 사과는커녕 “이리 들어와 봐. 두들겨 패 줄 테니”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두려움을 느낀 그 여성의 남편은 부인을 잡아끌었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한다. 그러려면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비정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매주 되풀이되는 ‘막장 집회’로 서울의 주말은 평온을 잃은 지 오래다. 폴리스라인(경찰 통제선)을 넘은 국회의원에게 수갑을 채우는 미국 경찰의 엄정함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무관용 원칙으로 불법 시위의 책임은 끝까지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