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례대표 초선인 장하나 의원(35)이 그제 야당 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공개적으로 요구했을 때만 해도 그저 철없는 행동으로 치부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도 즉각 “(장 의원) 개인 생각”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기국회 내내 반목하던 여야가 4자 회동을 통해 어렵사리 국회를 정상화한 마당에 한 초선의원의 돌출 행동으로 판을 깨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민주당 지도부 중 한 명인 양승조 최고위원이 막말 대열에 합류하면서 청와대까지 격하게 반응하는 상황을 맞았다. 양 최고위원은 공개 회의석상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중앙정보부라는 무기로 공안통치와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로 인해 암살당하는 비극적 결과를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국정원이라는 무기로 신(新)공안통치와 신유신통치로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의 위해(危害)를 선동, 조장하는 무서운 테러”라며 “언어 살인과 같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은 양 최고위원과 장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안을 내겠다고 밝혀 정국은 다시 격랑 속으로 들어갔다. 역대 최악의 무기력 국회가 잠시 일을 하나 싶더니 정상화된 지 엿새 만에 다시 비정상으로 치달을 위기에 빠진 것이다.
민주당은 사과해야 한다. 정치적 공세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양 최고위원은 “오만과 독선, 불통을 벗어던지고 국민 곁으로 다가오라는 충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말의 해석은 듣는 이의 몫이다. 박 대통령도 시해당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은 양 최고위원의 잘못이다. 야당은 이미 국정원 개혁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 이런 거친 말로 정국이 냉각된다면 야당의 손실이 크다.
청와대와 새누리당도 감정적 대응은 자제했으면 한다. 이를 빌미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다면 책임 있는 여당이 아니다. 혹여 국정원개혁특위의 힘을 빼려고 야당의 막말을 활용한다면 오히려 야당의 잘못을 희석시켜 주는 꼴이 된다. 침묵하는 수많은 국민은 여야의 옳고 그름을 나름대로 평가하고 있고, 언제든 표로 심판할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