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룡 방송사’에 휘둘린 새 방송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1일 03시 00분


정부가 지상파TV의 다채널방송서비스(MMS)를 허용하고, CJ E&M 등 대기업 케이블방송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방송발전종합계획’을 내놓았다. 정부는 “전체 방송산업계의 성장과 발전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지만 새 방송정책은 덩치 큰 공룡 방송사의 이익 확대에 치우쳐 있다.

지상파 채널 하나를 여러 개로 쪼개 쓸 수 있는 MMS가 허용되면 현재의 지상파 채널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광고가 없는 무료 서비스에 한해 MMS를 허가한다고 했지만 벌써 일부 지상파TV는 광고 없이는 MMS를 못한다고 주장한다. MMS는 TV안테나로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만 볼 수 있으며 해당 가구는 전체의 8%에 불과하다. 지상파로서는 일단 보유 채널의 수를 늘린 셈이고, 나중에 정부가 광고 허용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33%로 되어 있는 채널사업자(PP)의 시장점유율 규제를 49%까지 확대해준 것도 ‘케이블 공룡’ CJ를 위한 특혜성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도 심각한 대형 방송사들의 독과점 상태가 더 심화할 공산이 크다. 창조경제를 내건 박근혜 정부의 방송정책이 방송 생태계의 발전을 해치는 장애물이 될 우려가 있다.

지상파 방송사 모임인 한국방송협회는 4일 “지상파 발전 방안이 빠져 있는 방송정책은 폐기하라”고 주장해 지난주로 예정됐던 발표를 연기시켰다. 정부가 이들 압력에 밀려 종합편성채널과 유료 방송을 희생시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KBS의 수신료를 올리기로 했으나 지상파의 중간광고 허용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KBS는 수신료 인상과 함께 광고를 3분의 2로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금액 기준인지, 시간 기준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에 단가가 높은 광고를 집중 배치한다면 광고 축소의 의미가 없다. KBS는 궁극적으로 광고 없는 방송으로 가야 한다.

정부가 8VSB(8레벨 잔류 측파대) 방식의 고화질 전송을 케이블 채널로 확대한 것은 그나마 다매체·다채널 시대에 맞는 규제 완화로 볼 수 있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900만 아날로그 케이블 TV 가입자들이 종편 등 60여 개 채널을 고화질로 시청할 수 있다. 14년 만에 나온 정부 차원의 종합방송정책이 공룡 방송사의 집단이기주의에만 봉사하지 않도록 국민 편익과 미디어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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