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7년까지 건설할 행복주택 물량을 20만 채에서 14만 채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의 반대가 심한 서울의 목동 잠실 송파 공릉, 경기 고잔 등 5곳의 시범지구 물량은 당초 7900채에서 3450채로 반 토막이 났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주거복지 공약이 첫 삽도 뜨기 전에 후퇴했다.
줄어든 물량이나마 건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 지구의 주민은 용지 선정 자체가 잘못됐다며 백지화를 주장한다. 반면에 주거복지연대 등 5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주거안정국민회의는 “지역주민의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 때문에 행복주택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며 규탄대회를 열었다. 행복주택은 신혼부부 대학생 사회초년생의 주거 안정을 위해 시세의 절반 정도에 빌려주는 집이다. 일부 주민은 교통 혼잡에 과밀 학급이 심해진다는 것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지만 주변에 공공 임대주택이 생기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계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주민의 님비 의식만 탓하기엔 애당초 정부 잘못이 크다. 정부는 행복주택이 대통령 공약사항인 데다 국공유지를 활용한다는 점만 믿고 용지 선정에 앞서 예비 타당성조사도 하지 않았다.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여러 차례 주민과 대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은 “제대로 의견을 수렴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건설비용이나 지형 조사도 엉터리로 이뤄졌다. 철도 용지 위에 지으려면 인공 지반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일반 택지보다 1.5배 이상 든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행복주택 건설을 추진하면서 주민 반응을 고려하지 않아 상황을 꼬이게 만들었다.
서민이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교통 및 주거환경이 좋은 도심 안에 짓는다는 행복주택의 목표는 살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공공 임대주택 재고는 전체 주택 재고의 5.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5%의 절반에 불과하다.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을 사들여 서민에게 임대하는 정책과 함께 새로 건설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행복주택의 입지를 공기업 이전 터 등으로 다각화하고, 기획 단계부터 지자체와 주민의 참여를 통해 원활하게 건설되도록 해야 한다. 이번 행복주택 시범지구의 축소가 서민 임대주택 건설의 후퇴로 이어져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