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 자체 개혁안으로 국회 특위 만족시키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3일 03시 00분


국가정보원이 어제 자체 개혁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국회 정당 언론사에 대한 국내 정보관(IO) 상시 출입 제도를 폐지하고 전 직원이 정치개입 금지를 서약하기로 했다. 상사의 부당한 명령을 막기 위해 심사청구센터 등을 설치하고, 민감한 업무를 수행할 경우 사전에 법률 자문을 받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직원들의 정치 개입 소지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방안이다.

현재 여야 합의에 따라 국회 안에 국정원개혁특위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는 만큼 자체 개혁안이 국회 특위에서 얼마나 논의되고 실제로 반영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개혁안 내용도 국회 특위를 만족시킬 만큼 충분치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정원이 나름대로 고심해 내놓은 방안인 만큼 국회 특위에서 이를 참고로 미진한 것을 보완한다면 더 나은 개혁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국정원 개혁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대통령선거 때 불거진 정치 개입 의혹 때문이었으나 따지고 보면 해묵은 해결 과제였다. 국정원은 민주화 이후에도 도청, 미행, 줄 대기 등으로 논란에 계속 휩싸여 왔다. 하지만 국정원은 내부 통제와 개혁에 소홀했다. 정권과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정원을 이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함으로써 이런 폐단을 근절하지 못했다. 국정원 개혁은 이해당사자 모두의 철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국정원에 대한 개혁은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안보 차원에서 국정원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한 만큼 본연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공정한 인사와 신분 보장으로 정치권을 기웃거리거나 줄을 대려는 욕구를 없애줘야 한다. 정권과 무관하게 국가 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적임자를 국정원장 자리에 앉히는 것이 중요하다.

국정원의 국내 파트와 대공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심회, 왕재산,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등에서 나타나듯이 대공 수사는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대북 정보 수집과 대공 수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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