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12일 특별군사재판을 통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사형을 선고하고 즉각 집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장성택이 ‘오래전부터 가장 교활하고 음흉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면서 악랄하게 책동하여온 천하에 둘도 없는 만고역적 매국노’라고 전했다. 김정은 정권은 왜 이토록 장성택을 증오했을까. 평양은 왜 북한 인민들의 마음속에 그를 영원히 역적으로 남게 하는 방법으로 육체와 명예를 철저히 짓밟았을까.
장성택은 국방위 부위원장, 노동당 중앙행정부장일 뿐 아니라 김정은의 고모부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뒤 어린 군주를 보좌해 온 ‘탁고중신(託孤重臣)’이자 ‘고명대신(顧命大臣)’이었다. 김정은이 대로하지 않은 이상 장성택의 운명은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숙청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북한이 공개한 판결문을 보면 장성택은 자신이 주관했던 대중(對中) 경협과 나선특구 개발 등에서 김정은으로 하여금 ‘나를 안중에 두지 않는다’고 느끼게 했다. 이는 권력이 최고 지도자에게 집중되는 북한의 관례를 위반했다. 장성택의 이런 행위는 평양이 거부해왔던 ‘중국식 개혁 개방의 길’로 북한을 떠미는 것이며 김씨 일가가 일관되게 추진해오던 폐쇄 및 선군(先軍) 모델을 수정하려는 시도였다.
‘장성택 일당’은 북한에서 어렵사리 대외 경협을 추진해 온 주력군이다. 최근 2년간 장성택은 북한의 특구 건립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북한 관리들의 중국 연수, 아시아 국가들로부터의 투자 유치 등을 진행했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북한 경제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제 ‘포스트 장성택’ 시대를 맞은 북한은 낡아빠진 경제 시스템과 사경에 이른 대외 경제활동이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건 그동안 장성택이 주관해 온 대중 경협에 평양이 극도의 의심을 갖고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판결문은 장성택이 석탄 등 귀중한 지하자원을 헐값에 팔고, 이 과정에서 심복들이 브로커에게 속아 많은 빚을 졌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특구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았다고 주장했다. 이 조치들은 장성택이 북한 경제를 살리고자 해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판결문에서는 주요 죄목으로 둔갑했다.
따라서 장성택 숙청으로 북한의 대중 경제개방도 많이 위축될 것이다. 내년 중-북 무역 규모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 북한의 지하자원과 중국의 현금 및 상품을 교환할 수 없으면 북한 경제는 설상가상의 처지에 놓일 것이다.
장성택은 2011년 8월 대규모 대표단을 끌고 베이징(北京)을 방문했다. 중국은 그가 최고지도자가 아니지만 관례를 깨고 댜오위타이(釣魚臺)에 묵게 했다. 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그를 맞았다. 장성택이 대중 관계를 주관할 때 중국은 나선특구의 부두 3개에 대한 건설권과 50년 사용권을 획득했다.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해 빚을 졌든, 빚 갚느라 땅을 팔았든 중국은 장성택의 공범이 돼 버렸다.
올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이미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큰 불만을 초래했다. 장성택 숙청을 통해 북한이 개혁에 대한 외부의 마지막 기대마저 저버리면 베이징은 어쩔 수 없이 대북 정책을 재평가할 것이다. 김정은은 장성택 숙청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향후 북한 정세가 어떻게 될지 잘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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