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결심의 시즌’이 다가왔다. 새해 즈음이면 지구촌 여성을 하나로 묶는다는 다이어트 결심 말이다. 많은 여성이 인터넷에서 보조식품을 구입하고 피트니스클럽에 등록하는 등 부산을 떤다.
늘씬하고 멋진 외모에 대한 집착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이다. 잘 배치된 이목구비와 균형 잡힌 몸은 다른 이로부터 호감을 끌어내기 쉽다. 특히 심미안이 남성보다 발달되어 있는 여성의 경우, 아름다운 몸매는 스스로에게도 중요한 즐거움의 포인트다. 수시로 거울 앞에 서서 보디라인을 감상하며 자부심을 만끽한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여성들에게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한 가지. 누군가와 그것을 ‘함께’하려 든다는 점이다. 요가 또는 걷기를 같이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제각각 노력하면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물론 남성의 관점에선 ‘각자의 살 빼는 일’을 왜 같이해야 하는지, 또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정도’를 과연 함께의 범주로 볼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에겐 어떤 노력을 통해 얼마나 성과를 거두었는지, 하루에도 수차례씩 점검하고 대화하는 과정이 바로 ‘함께하는 다이어트’다.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함께해야만 하는 과학적인 근거도 있다. 가까운 사람이 비만인지 아닌지에 영향을 받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란다.
미국 하버드대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32년간 1만2000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뚱뚱한 이를 곁에 둔 사람이 비만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특히 친구가 비만일 경우 그 영향을 받을 확률이 57%로 가장 높았고 형제자매는 40%, 배우자는 37%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살찐 사람과 자주 어울리다 보면 적정 체중에 대한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여성들은 주변 사람들의 영향에 특히 민감하므로 친구와 함께 다이어트에 돌입하게 되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동질감’으로 묶여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결심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는 효과가 있다.
함께하는 다이어트에는 서로의 성과를 매일 비교함으로써 경쟁을 통해 자극을 받아보겠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결국 다이어트 과정의 혹독한 고통은 나누면서 만족과 행복은 함께 누리고 싶은 것이다. 이처럼 여성들이 한사코 다이어트를 함께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함께 누리는 만족’은 그늘도 가지고 있다. 혼자서만 다이어트에 성공할 경우 친구들에게 배신이며 배반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날씬해진 친구에게 “예뻐졌다”면서도 속은 부글부글 끓는 게 여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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