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연수]뻥튀기 자동차 연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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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처음 자동차가 발명될 때 연료는 휘발유나 액화석유가스(LPG)만이 아니었다. 수증기나 옥수수에서 뽑은 알코올 등 다양한 연료가 시도됐다. 가솔린을 사용한 최초의 자동차는 1886년 독일의 카를 벤츠가 발명했다. 그는 세 바퀴 마차에 가솔린 엔진을 달아 ‘모토르바겐(자동차)’이란 이름으로 특허를 따냈다. 초창기 자동차는 지붕도 유리창도 없었지만 연비(燃費)는 그리 낮지 않았다.

▷운전자들은 자동차 연비에 관심이 높다. 휘발유 값이 L당 1900원 정도여서 출퇴근에만 이용해도 자동차 연료비가 한 달에 수십만 원씩 든다. 자동차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자동차 무게를 가볍게 하는 연구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차에 표시되는 연비는 예전부터 실제 연비와 차이가 컸다.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자 한국 정부는 올해부터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을 반영한 좀 더 현실적인 연비 표시를 사용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자동차 연비를 과장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자동차 소유자들이 현대기아차로부터 3억9500만 달러(약 4200억 원)의 보상금을 받는다. 1인당 37만∼70만 원. 대상은 현대차의 엘란트라(아반떼), 제네시스, 투싼과 기아차의 쏘렌토, 스포티지, 쏘울 등 13개 모델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 차들이 1갤런에 40마일(64km) 간다고 표시했으나 실제론 그에 못 미친다며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이 나기 전 현대차 측이 합의금을 제시해 타결됐다.

▷한국에선 박모 씨 등 2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최근 패소했다. 아반떼가 1L로 16.5km 간다고 돼 있으나 실제 14km밖에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가 도로상태 등에 따라 실주행 연비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알렸다”면서 거짓 과장 광고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같은 사안을 놓고 미국 소비자들은 보상을 받고, 한국 소비자들은 하소연할 데가 없다. 미국에서는 정부(환경보호청)와 법원이 앞장서서 소비자를 보호한다. ‘연비가 원래 뻥튀기인 줄 몰랐느냐’면 할 말이 없지만.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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