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모임이 많다 보니 두루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아무래도 화제는 철도노조 파업이었다. 한 기업인의 말이다. “박근혜 정부 1년이 되어 가는 시점에서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는 느낌이다. 과연 역대 정부 아무도 못했던 철도개혁을 해낼 수 있을지, 이번 일로 대한민국 숙원사업인 공기업 개혁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이번 일이 잘 해결되면 새 정부가 내세웠던 다른 개혁 과제들에 대해서도 믿음이 생긴다는 거였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명분과 구호만 있지, 집행력은 없다는 불신이 자리 잡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렇지 않아도 새 정부가 내세운 복지, 창조경제, 사회통합, 문화융성 등 국정목표에 대해 국민들은 어떤 개혁이 이뤄졌는지 아직 체감하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복지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느낌이다.
한 대학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 참여했다가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을 만났는데 ‘대통령을 면담하려고 비서실장에게 두 번이나 요청했는데 이뤄지지 못했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면서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과 장관 사이에도 소통이 안 되는데 과연 국민과 소통이 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정부의 불통 논란에 대한 얘기도 많았다. 한 변호사는 “지인이 청와대 보좌진 중 한 명이다. 대통령 퇴근 후 보고서를 전달하러 사저에 가면 밤늦게까지 보고서도 읽고 인터넷 여론도 검색하며 열심히 일하신다더라.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공관을 어둡게 해놓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안쓰럽기도 하고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옆에서 잘 모셔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를 옆에서 듣던 대기업 임원은 “보고서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킨십도 중요한 것 아니냐. 우리 회장은 종종 주요 임원을 불러 저녁식사를 하며 격려도 하고 속내도 보이곤 한다”고 했다. 전직 장관은 “홍보수석이 ‘자랑스러운 불통’이라고 말한 것은 잘못됐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을 변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여론을 대통령에게 잘 전달해 정부와 국민 간에 소통을 주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소통이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불통’이 시작될 소지가 있다”며 “단순히 기술적인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을 주도적으로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중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야기는 결국 이 정부의 인사 실패로 이어졌다.
한 의사의 말이다. “어르신들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70대를 전면에 내세워 놓고 어떻게 국민 대다수와 소통하겠느냐. ‘노인 정치’를 하고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오고 있는 게 아니다. 50대 전후로 경험도 있고 안정된 젊은 연령대를 중용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지지는 아직까지는 견고해 보인다. 한 중소기업인은 “역대 정권마다 문제가 됐던 가족 친인척 측근을 배제하고 깨끗한 정부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지지한다”면서 “문제는 경제”라고 못 박았다. 그의 말이다. “지금 서민 경기는 최악이다. 삼성, 현대차만 잘나가지 웅진, STX, 건설회사 등 망한 기업들도 많지 않으냐. 자영업자 절반이 폐업 상태다. 야당도 선거에서 졌으면 그만이지 대선불복 내세워봐야 상식을 가진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야당 잘못이 여당과 정부에 변명의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힘을 가진 여당과 정부가 결과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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