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편리한 우리 집 새 주소, 알고 있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7일 03시 00분


동아일보와 채널A의 주소는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39번지’이다. 하지만 내년 1월 1일부터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1’로 바뀐다. 새해부터 한국의 모든 주소가 지번(地番) 중심에서 도로명 중심으로 달라진다.

지번 주소는 한 지번에 여러 건물이 있기도 하고, 한 건물이 여러 지번에 걸쳐 있기도 하는 등 불편이 적지 않았다. 도로명 주소는 도로의 크기에 따라 대로(大路), 로(路), 길 등으로 구분한다. 청계천로를 예로 들면 왼쪽 건물은 1, 3, 5, 7, 9 홀수로, 오른쪽 건물은 2, 4, 6, 8, 10 짝수로 나가 익숙해지기만 하면 길 찾기가 쉽다.

기존 주소를 그냥 쓰더라도 당분간 우편이나 택배물은 차질 없이 배달될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통관을 하고 수출 대금을 받으려면 사업자등록증 등 각종 법적 서류들을 새로운 주소로 갱신해야 한다. 해외 거래처에는 주소만 달라졌을 뿐 동일법인임을 증명하는 ‘주소동일성 증명’을 보내야 할 것이다. 국내외 특허 및 상표권 보유자들도 권리 보호를 위해 권리등록자의 주소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2011년 7월 새 주소를 고시한 뒤 지금껏 두 개의 주소를 병행 사용했다. 당초에는 2012년에 새 주소를 전면 사용하려고 했으나 2년을 미루었다. 하지만 새해에는 새 주소만이 법적으로 유효하다. 공공기관은 이미 80%가 새 주소를 사용한다. 민간 영역이 다소 더디다. 안전행정부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집 도로명 주소를 알고 있는 사람은 30%에 불과했다. 100년 넘게 써온 주소를 일거에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규칙에 적극 협조하는 시민정신을 발휘한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편리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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