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7일 03시 00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사가 어제 대화를 재개했다. 철도노조의 파업이 19일째 계속되면서 철도 운행률은 76.1%에 머물러 국민의 불편과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라도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화를 하더라도 원칙을 무너뜨리면서 파업에 굴복하는 타협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코레일 개혁은 295개 공공기관 개혁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코레일 노사의 단체협약을 보면 민간기업은 물론이고 다른 공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소조항이 많다. 2005년 생긴 단체협약 28조는 직원들이 근무 성적이나 사고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3급(차장급)까지 무조건 승진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징계를 받더라도 본인의 동의 없이는 전보 조치를 할 수 없도록 한 단체협약 34조도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이면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철도산업의 독점 체제와 ‘낙하산 인사’ 탓이 크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정부는 공기업이 사유물인 양 정치인 출신의 비(非)전문가 사장을 보은(報恩)인사로 내려보냈다. 낙하산 사장은 파업이 발생하면 문책을 당할까봐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순순히 받아줬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서도 노조는 일찍부터 ‘민영화 반대’를 내세우며 투쟁을 준비했다. 그러나 정부는 뒤늦게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철도 파업이 코레일과 경찰만의 일이냐”면서 내각을 강하게 질책하자 비로소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관계 부처들이 부산을 떨었다. 정부와 코레일 경영진은 노사교섭을 시작하기 전에 철도개혁이 왜 필요하며 경쟁체제 도입으로 국민이 어떤 이익을 볼 수 있는지 충분히 알렸어야 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어제 “파업으로 물류 수출 등 경제 전반에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났다”고 밝혔다. 코레일 부채는 2008년 7조 원에서 5년 만에 18조 원으로 늘었고, 매출액 대비 인건비는 47.5%로 외국 철도회사의 평균 30%보다 높다. 불합리한 단체협약으로 신분 보장까지 받으니 ‘철도노조는 철밥통 귀족노조’라는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가 대화를 재개한 것은 좋다.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중재 노력도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 그러나 철도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정부의 원칙은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코레일과 수서발 KTX가 서로 경쟁하면 요금과 서비스 경쟁이 촉발돼 승객들의 편의가 개선되고 경영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에 밀려 정부가 원칙을 훼손한다면 다른 공기업을 상대로 한 개혁마저도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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