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중인 철도노조 박태만 수석부위원장과 노조원들이 24일부터 조계사에 피신한 사태와 관련해 조계종이 공식 견해를 발표했다. 조계종 측은 “조계사는 24시간 기도 수행을 하는 신성한 공간으로 정치적인 행위, 집회 등 집단이기적인 장소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철도의 경쟁체제 도입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지도부는 조계종이 규정했듯이 신성한 종교 공간을 정치적 행위의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조계종은 박 부위원장 등에 대해 “사회적 논란으로 사찰에 들어와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까지 인간적으로 외면할 수 없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갈 곳이 여기밖에 없다”며 밀고 들어온 철도노조를 불교에서 내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코레일과 철도노조의 갈등을 중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중재가 실패할 경우 화쟁위의 권위에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경찰이 불법 행위자 체포를 주저하는 모습이어서 앞으로 자칫 노동단체를 비롯한 집단이기주의 세력의 행렬이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금 조계사 안팎에는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세력, 반대하는 세력의 소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박 부위원장이 체포영장 집행을 피해 숨은 것으로 알려진 극락전을 비롯해 수많은 신자가 새해 염원을 비는 팔각십층탑 주변은 고성과 욕설 몸싸움 현장으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박원석 의원, 노조 지지자들이 조계사를 찾아 박 부위원장을 격려했다. 반면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불법 파업을 규탄했다. 어떤 목적이든 경내에 들어간 외부 사람들은 조계종이 “종교적 공간을 편협하게 이용하는 어떠한 행위도 있어서는 안 된다. 어려운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는 철도노조원들에 대한 만남도 자제돼야 한다”고 당부한 것을 유념해야 한다.
사찰이나 성당, 교회는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고 신자들이 믿음을 닦은 신앙의 장소다. 세속의 소란과 기득권이기주의로 신성한 공간을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 철도노조 지도부도 조계사의 선언을 존중해 하루속히 조계사에서 철수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갈등과 불법 파업으로부터 최소한 종교시설만큼은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