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어제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을 확실하게 차단하기 위한 여러 장치에 합의했다. 국정원 개혁이 처음으로 국회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은 시대적 의미가 크다. 국정원은 이번 개혁을 통해 정치 개입이라는 ‘비정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국정원 개혁안은 국가기관과 정당, 언론사 등 민간에 대한 국정원 직원의 정보활동을 제한하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치 관여에 대한 처벌을 법제화했다. 정보위원회를 상임위로 바꿔 국회가 국정원의 활동과 예산을 통제하도록 했다. 국정원 직원이 정치활동 관여를 지시받은 경우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할 수 있게 했고, 수사기관에 신고하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직원의 정치 관여에 대한 처벌 수위도 이전보다 높였고, 국가공무원법 등의 개정을 통해 공무원의 정치운동 금지 위반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다.
이번 조치로 국정원 활동에 상당한 족쇄가 채워졌지만 국내 파트가 유지되고 대공수사 기능을 계속 수행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다만 정보위를 상설화하고 국회가 국정원 예산의 세부 항목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돼 안보 관련 비밀 유출 우려가 높아졌다. 국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더라도 국정원의 안보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야는 국정원 댓글 사건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논란, 군 사이버사령부를 비롯한 다른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 의혹을 놓고 작년 한 해 대선 연장전을 치르듯 이전투구를 벌였다. 야권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정쟁의 불씨가 아직 남아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국정원 개혁을 매듭지은 만큼 정치권은 대선 관련 모든 의혹과 사건을 수사와 재판에 맡기고, 이제부터는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보듬고 국가 안보를 튼실하게 하는 정치에 매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