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릴레이 특별기고/정구현]공기업 병(病), 민영화가 약(藥)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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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국경제 퀀텀 점프(대도약)를 위한 제언

《 지난해 말 대통령은 ‘퀀텀 점프(quantum jump·대도약)’라는 말을 썼습니다. 현오석 부총리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9%로 잡고 2014년 경제정책의 기조로 민간 주도, 내수 활성화, 규제 완화를 제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대책이 미흡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본보는 신년 릴레이 특별 기고를 통해 경제전문가들로부터 ‘퀀텀 점프를 위한 제언’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글로 정구현 전 삼성경제연구소장의 글을 싣습니다. 철도파업으로 뒤숭숭했던 연말은 우리 경제에 ‘공기업 개혁’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습니다. 역대 정부 누구도 하지 못했던 철도개혁을 과연 박근혜 정부가 해낼지 국민적 관심이 큽니다. 정 전 소장은 새해 동아광장 필진으로도 참여해 정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쓸 계획입니다. <편집자 주> 》


정구현 전 삼성경제연구소장 KAIST 경영대 초빙교수
정구현 전 삼성경제연구소장 KAIST 경영대 초빙교수
철도 파업의 쟁점이 민영화냐 아니냐로 가면서 우리 사회에서 ‘민영화’라는 말은 어느새 정부도 기피하는 단어가 되고 말았다. 민영화에 대한 온갖 루머와 괴담이 국민에게 먹혀든 것이다. 세 가지 사례를 들어 보자.

○ 인천공항공사 주식 매각

정부는 2005년부터 인천공항공사의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이제는 거의 포기 상태이다. 정부의 안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마지막 안은 이 회사의 지분 49%를 민간에 팔겠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의 지분 49%는 약 2조 원의 가치로 평가된다. 인천공항의 주식매각(IPO)이 성공하면 1석3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부는 재원을 확보하게 되어 재정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민간 자본 유입의 길이 열리면 앞으로 이 공항의 확장에 필요한 재원을 자본시장에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인천공항이 민간기업이 되면 앞으로 세계 여러 공항의 운영이나 인수가 가능하게 되어 인천공항의 뛰어난 노하우의 활용이 가능해진다.

이런 좋은 계획을 무력화시킨 반대론자들의 논리는 “성공적인 공기업을 왜 민영화하느냐” “국가의 기본재산을 민간에 팔아넘기면 안 된다” “민영화하면 공항의 공공성이 훼손된다” 등이다. 자본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주장이다. 부분적인 주식 매각은 경영권이 민간에 넘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은 민영화도 아니다. 민간자본을 동원해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하게 되고, 회사의 효율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현재 세계 50대 공항 중에서 35개 공항에 민간 자본이 참여하고 있다.

○ 의료 영리법인화

의료법인의 영리법인화도 2002년부터 정부가 추진해왔지만, 아직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지난해 12월 13일 의료서비스산업에 대한 투자활성화 정책으로 의료기관의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의료계는 이마저 반대하고 있다. 앞으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의료서비스산업은 가장 유망한 성장산업인데,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우수한 인재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 의료서비스에는 우수한 인재는 몰리고 있지만, 일반 자본이 들어갈 길이 차단되어 있다. 병원산업은 이미 영리화되어 있다. 대부분의 의원이나 병원은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 성공적인 의사는 병원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다른 사업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비의료 자본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의사가 병원을 하면 공익성이 있고, 일반 자본이 병원을 하면 공익성이 훼손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의료노조에서는 “자본이 들어오면 노동강도가 높아진다”라고 주장하는데, 이 주장도 의료기관만 더 편한 직장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불과하다. 의료 영리법인화 반대는 의료 자본이 일반 자본의 진입을 막는 불공정한 일인데도, 정부는 이를 설득하려고 하지 않은 채 영리화가 아니라고 변명만 하고 있다.

○ 철도 민영화와 파업

철도사업은 현재 코레일의 독점체제이다. 정부는 애당초 새로 개통될 수서발 고속철도(KTX) 사업을 민간 사업자에 위탁 운영하여 코레일과 경쟁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이 안에 대한 노조의 반대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코레일이 41%의 지분을 갖는 자회사를 두어서 부분적인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대안을 들고 나왔다. 철도노조는 이 안에도 반대하면서 22일 동안 불법 파업을 해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치고 경제에도 큰 손실을 입혔다. 코레일은 2008∼2012년 5년 동안 부채가 7조5000억 원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2012년 말 244%에 달했다. 연평균 5000억 원의 적자가 나는 기업인데, 높은 급여 수준에 성과급 잔치까지 벌이고 있다.

이렇게 부채가 많고 적자가 누적된 공기업을 그대로 끌고 가면 결국 고스란히 국민부담이 될 것이다. 2012년 말 현재 24개 공기업 부채 합계는 353조6000억 원으로 국가부채보다 더 많은데, 이는 정부의 정책 실패가 큰 원인이다.

정부가 공기업을 유지하는 명분은 공공성이지만, 현재와 같은 지배구조 아래서는 결과적으로는 노조경영과 방만한 경영을 가져온다. 노조가 경영을 주도하면 기업은 급여 상승과 복지 확대의 결과 비용만 증가하고 경쟁력은 약화된다. 정부가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3년 단임으로 정치권에서 임명하는 CEO는 임기 내내 노조에 끌려다니고 만다.

공기업의 비효율을 줄이는 데는 민영화가 가장 좋은 처방이며, 그것이 어려우면 큰 기업을 여러 개로 분할해서 경쟁체제로 바꾸고 경영실적에 따라 임직원이 보상을 받게 해야 한다. 정부는 민영화에 대한 공기업 노조와 일부 정치인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음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본격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 민영화는 욕이 아니고 공기업병 치유를 위한 가장 좋은 약이다.

정구현 전 삼성경제연구소장 KAIST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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