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이 대거 한국에 몰려온다. 하지만 중국어 안내판은 들쭉날쭉하고 오류도 많다. 예를 들어 화장실이라는 뜻의 ‘化粧室’이라는 안내판은 중국 사람을 위해 써 붙인 것이다. 문제는, 중국 사람이 이를 모르는 데 있다. ‘洗手間(xishoujian)’이라고 해야 알아본다. ‘昇降機’(승강기)라는 안내판 또한 중국인을 위해 붙인 것이다. 이 또한 ‘電梯(dianti)’라고 표기해야 중국인이 알아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는 안내판 대부분이 현재 현지에서 통용되는 간체자가 아니라 번체로 작성됐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만약 중국에서 한국 사람을 안내하려고 옛날 훈민정음 시대의 한글로 중국을 ‘듕귁(dyunggwik)’, 조선을 ‘됴선(Tyocen)’이라고 써 붙였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번체(繁體)란 한자(漢字)의 정자(正字)요, 간체(簡체)란 중국에서 1964년에 한자의 획수를 줄여 배우기 쉽도록 개혁한 약자로 2235자밖에 안 된다. 그러나 많은 어휘를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어 중국에서는 ‘간체를 쓰되 번체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하에 간번체를 혼용하고 있다.
넓은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대비하여 ‘간체문화’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또한 관광산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간체 표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사대주의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중국어 교육 전반에 있어서도 검토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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