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아부심벨 신전(神殿)이 1960년대 아스완댐 개발로 수몰 위기에 처했다. 고대 이집트의 가장 위대한 파라오인 람세스 2세의 유적을 구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나섰다. 돌덩이 신전을 1000개가 넘는 조각으로 잘라 4년에 걸쳐 이전했는데 4200만 달러의 비용을 유네스코 회원국이 분담했다. 당시 가난했던 우리나라도 50여만 달러를 보탰다. 아부심벨 신전은 한 나라의 소유라기보다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복원되기 전의 아부심벨 신전처럼 지구상엔 파괴 또는 훼손되고 있는 유적이 많다. 전화(戰禍)와 세월 속에 허물어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탈레반 폭격으로 파괴된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석불, 이라크 메소포타미아 유적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지정될 정도로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앙코르와트 사원은 각국의 국력과 복원능력을 보여주는 각축장이 되고 있다.
▷1868년 밀림 속에서 앙코르와트를 발견한 프랑스가 1908년 정부 연구기관 EFEO 주도로 보존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복원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는 일본 독일 중국 등 16개국 28개 기관에서 48개의 복원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991년 유적 복원에 뛰어든 일본은 도쿄문화재연구소 외에 캄보디아 앙코르유적 보존 관리기관(압사라청)과 공동으로 사업단(JASA)까지 조직해 앙코르톰과 앙코르톰 중심에 있는 불가사의한 건축물인 바욘(Bayon)을 맡아 복원하고 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홍낭시다 사원 복원에 착수했다. 라오스에 있는 홍낭시다 사원은 앙코르와트를 만든 자야바르만 7세의 선조가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 깊은 건축물이다. 유적 복원은 일방적 원조가 아니라 기술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고 공익에도 기여하는, 공적개발원조(ODA) 가운데서도 가장 고차원적 사업이다. 우리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 많이 늦었지만 대신 수원화성을 복원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 실력과 특유의 섬세함이 있다. 홍낭시다를 멋지게 복원해 문화강국의 이름을 떨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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