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성원]정치의 뉴로 마케팅

미국 하버드대 제럴드 잘트먼 명예교수는 저서 ‘소비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에서 사람의 사고, 감정, 학습의 95%가 무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구매를 결정하는 것은 95%의 무의식이라는 얘기다. 사람의 두뇌 활동에서 발견되는 무의식적 반응을 마케팅에 접목한 것이 뉴로마케팅(Neuro Marketing)이다. 뇌 속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인 뉴런과 마케팅을 결합한 용어로 뇌과학과 비즈니스를 접목한 것이다.

▷10여 년 전부터 미국 유럽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뉴로마케팅은 최근 국내에서도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상품 및 고객 동선 배치, 판매전략 수립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포천지는 뉴로마케팅을 미래를 이끌 10대 신기술로 선정했다. 뉴로마케팅 전문가 A K 프라딥은 저서 ‘바잉 브레인(Buying Brain)’에서 “인간의 의식은 거짓말쟁이지만 뇌는 거짓말을 못하고 솔직하게 무엇을, 왜, 어떻게 살지 결정하는 쇼핑의 슈퍼 갑”이라고 썼다.

▷신년을 맞아 백화점이나 의류매장들의 세일행사에서도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뉴로마케팅을 응용한 판매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의류매장에서 전신 거울을 피팅룸 안쪽이 아니라 바깥으로 옮겨 놓는 것도 매장 직원이 나타나 옷맵시가 난다는 칭찬을 할 때 구매만족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에 지지율이 밀리는 민주당 일각에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진 차출설’이 나온다. 이 전략도 전통적 지지층의 무의식적인 민주당 회귀 성향을 자극해 보려는 일종의 뉴로마케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신당 관계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과 연대가 없을 것이라고 손을 내젓는다. 안철수라는 독자 브랜드를 부각시키지 못하면 유권자들의 구매(득표)로 연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일 것이다. 상품은 손으로 만져보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속을 알 수 없고 변화무쌍한 정치 상품(후보자)을 고르는 일은 상품 구매와 다른 점도 많다. 정치도 소비자(유권자) 감성본능을 읽어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