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46>아내의 ‘무한 토크’에 대처하는 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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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결심으로 ‘부부 대화’를 추천했더니 지인들로부터 이런 반응이 돌아왔다. “할 얘기가 없다.” 그럼 아내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했더니 “말처럼 쉽지 않다”고 불퉁댄다. 누구랑 통화를 했는지부터, 마트에서 만난 이웃 근황이며, 전해들은 소식에 이르기까지 한없이 이어지는 얘기를 듣는 것이 스트레스라는 주장이었다.

아내의 깨알 같은 일상사 토크에 도무지 적응 못하는 남성이라면 ‘독신귀족’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참고할 만하다. 독신귀족이란 경제적으로 넉넉하면서도 독신을 고집하는 남녀를 일컫는 일본 유행어다.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독특한 가르침을 듣는다. “여자라는 건 퇴근한 남편한테 일상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소리를 끝도 없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생물이다. (나중에) 네 처가 쓸데없는 소리를 시작하면 야마노테선(서울의 지하철 2호선처럼 도쿄를 순환하는 전철)을 타고 있다고 생각하고 역 이름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라. 그러고는 환승역이 나올 때마다 ‘과연’ ‘그렇군’ 하면서 맞장구를 쳐줘라.”

‘쓸모없는’이라는 기준이 여성들에게는 남성의 군대 또는 축구 이야기에 해당하겠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이처럼 여성을 비하하는 대사를 함부로 내보냈다가는 방송사가 들끓는 항의로 몸살을 앓을 것이 분명하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맞선에서 만난 여성이 점성술 이야기를 늘어놓자 아버지의 가르침을 실천에 옮긴다. 서울 지하철 2호선에 대입하면 이런 식이다.

낙성대-사당(“과연”)-방배-서초-교대(“그렇군요”)-강남(“역시”)-역삼-선릉(“맞습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한 바퀴를 돌아 출발했던 곳에 도착하면 이야기는 어느새 끝이 나 있다.

이런 방식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내의 일상사 토크를 참지 못해 짜증을 내고, 본의 아니게 부부싸움에 직면하는 남성이라면 참고할 만하다. 적지 않은 남성이 아내의 이야기를 줄곧 외면하고는 세월이 흐른 뒤에야 ‘내가 돈 버느라 고생한 것을 알아주겠지’ 하고 기대했다가 아내의 차가운 반응에 부닥친다.

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뿌린 대로 거두게 되어 있다. 아내에게 말할 기회와 시간을 주기 위해선 남편의 인내심부터 기를 필요가 있다.

들어주는 척하는 것보다는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이 제대로 된 소통임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게 익숙지 않을 경우라면 지하철 2호선 돌기 같은 편법이라도 이용해볼 만하다. 그렇게 시작해 경험이 쌓이다 보면 차츰 아내의 세계에 익숙해지게 된다.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 간신히 한 바퀴 돌았는데도 얘기가 끝나지 않았다면?

간단하다. 거꾸로 다시 돌면 된다.

한상복 작가
#부부 대화#일상사 토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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