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아베 총리가 실수했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일본은 수천만 명이 희생되는 비극을 초래한 한국과 중국에 대한 강점(强占)과, 가난하고 어린 한국 여성들이 감금된 채 ‘성 노예’가 됐던 과거를 인정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한국과 일본 양국이 서로 비판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미국의 외교정책에 큰 영향력을 지닌 하원 외교위원장이 일본 총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일본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아베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戰犯)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의 참배를 지난해 12월 강행하자 국제사회에서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일본 제국주의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인도 태국 등에서 아베 총리의 국수주의적인 역사 인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중국은 양제츠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 외교부 대변인의 담화에 이어 32개국 이상의 외국 주재 중국대사가 40여 차례에 걸쳐 야스쿠니 참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국 중국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틀 뒤인 8일에는 “야스쿠니 참배는 총리로서 당연한 역할이며 누군가가 비판한다고 해서 (참배를) 안 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강변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올해 활동 지침 최종안에서 야스쿠니 참배 계승을 명기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두 나라 정상이 만난다고 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 편집 지침인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독도에 대해서는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했다”는 주장을 담을 모양이다. 야스쿠니 참배와 일본군 위안부 갈등에 이어 일본이 ‘독도 도발’의 수위까지 높인다면 한일 관계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영토 도발로 인해 한일 관계 개선의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한일 정상회담을 늦추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협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정부 간 대화나 민간 교류협력의 문까지 닫는 것은 한일 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