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어제 신년 회견에서 눈길을 끈 두 가지 주제는 지방재정 건전화와 지방선거 공천이었다. 황 대표는 “올해를 지방정부 혁신 원년으로 삼고, 지방자치제 전반에 걸쳐 개혁과 쇄신을 해 나가겠다”면서 지방파산 제도의 도입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방자치단체 선거 문제를 입법으로 매듭짓되 무(無)공천이 위헌 문제로 입법되지 않더라도 상향식 공천을 통해 공천의 폐해를 제거하겠다”면서 개방형 예비경선(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제안했다.
지방정부의 부채는 100조 원, 지방공기업의 부채는 72조 원이 넘는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공기업은 물론이고 지방정부도 파산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디트로이트 시가 파산을 선언했지만 한국에는 지자체의 파산 제도가 없다. 망할 일을 하면 망하도록 놔둬야 지자체가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다. 지방공기업 부실에는 공기업을 무분별하게 설립하고 전시성 사업을 남발한 자치단체장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차제에 지방공기업의 부실 정도와 함께 부실을 초래한 자치단체장의 이름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기초선거의 정당 공천 배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공약이다. 지금 와서 새누리당이 딴소리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기초선거 무공천은 정당 공천으로 인한 폐해를 제대로 근절할 수 있는지와 위헌 여부를 면밀히 따져본 뒤 실천에 옮겨야 한다. 무공천으로 진행되던 기초의원 선거가 2006년부터 정당 공천으로 되돌아간 것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때문이었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국회의원들이 공천을 미끼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을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는가 하면 지방정치가 지나치게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러나 정당 공천이 없을 경우 지방에서 정당의 책임 정치가 실종될 수 있고, 제비뽑기에서 영남은 기호 1번, 호남은 기호 2번을 뽑은 후보가 득표에 유리해져 유권자 선택이 왜곡될 수 있다.
민주당이 무공천을 밀어붙이는 것은 수도권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상당수를 보유해 현역 프리미엄을 가질 수 있는 데다 ‘안철수 신당’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이 무공천에 거부감을 갖는 것도 역시 이런 점을 의식한 정략일 수 있다. 여야는 당의 유불리를 떠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이라는 대의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