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이 화해할 수 있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6일 03시 00분


새누리당 이병석 국회부의장과 최경환 원내대표, 민주당 박지원 이낙연 의원 등 양당 의원 20명이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 이들은 3월에는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도 방문할 예정이다. 영호남 갈등을 해소하고 동서화합의 물꼬를 트는 데 앞장서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지난해 말 여야의 텃밭인 경북과 전남 출신 의원들은 ‘동서화합포럼’을 결성하고 이 행사를 추진했다.

영호남 지역주의는 선거 때만 되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돼 버린다. 다른 부문에서는 고질적인 지역주의가 완화하는 추세지만 정치 쪽에서 갈등의 불씨를 계속 살려 가는 측면이 있다. 두 지역 의원들이 선거 때 지역주의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다짐부터 할 필요가 있다. 동서화합포럼이 지역 갈등의 근본적 문제를 찾아내 치유하고 두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모임으로 발전해 나가기 바란다.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화해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일이 있다. 재임 시절인 1999년에는 대선 때 약속대로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위해 국고보조금 200억 원을 지원했다. 2004년 김 전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동서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내가 못한 것을 박 대표가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그때의 만남을 언급하며 국민대통합으로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이 강조한 동서화합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노력에 소홀하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도 불과 350m 떨어진 박 전 대통령 묘역은 찾지 않았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당내의 반대 의견 때문에 박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를 못 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이번 교차 방문이 이런 협량(狹量)의 정치를 극복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이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상징인 두 전 대통령 생가를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의원들이 교차 방문하는 것은 국민통합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정치권부터 시작해 영남과 호남, 여와 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이 국민화합의 지름길이다.
#김대중#박정희#동서화합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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