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사 교과서를 日 역사 왜곡과 같이 본 NYT는 사과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6일 03시 00분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정치인과 교과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본의 역사 왜곡과 한국 정부의 역사 교과서 수정 권고를 동일한 정치적 문제로 취급해 우리 외교부와 교육부의 시정 요구를 받았다. 13일자 이 사설은 역사 교과서와 관련된 두 나라의 전혀 다른 이슈를 한데 묶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이 고교 역사 교과서에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반영해 다시 쓰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지식인 사회에서 권위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이 사설은 기본적인 사실부터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 사설이 문제 삼은 것은 최근 논란을 빚은 고교 한국사 교과서인 모양인데, 박 대통령이 이들 교과서에 대해 특정 관점으로 재집필을 요구한 발언은 지금까지 없었다. 최근의 언급으로는 올해 신년 회견에서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교과서로 학생들이 배워야 하고 좌건 우건 이념적 편향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힌 것이다.

이 사설이 난징 학살과 일본군 위안부 등 아시아에 대한 반(反)인륜적 침략 역사를 교과서에서 지우려는 아베 정권과 한국 정부의 교과서 정책을 싸잡아 비판한 것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이들 교과서에 내렸던 수정 권고는 틀린 사실을 바로잡으라는 것이고, “남한의 정통성은 깎아내리면서 한편으로 북한의 잘못된 점은 외면하는 좌편향성을 시정하라”는 주문이었다. 일본 교과서에는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총리의 견해가 담겼을지 몰라도 한국은 정권 차원의 주문생산과 거리가 멀다. 현재 우리나라 전문직 종사자 대부분과 고위 공무원들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협력한 집안 출신이라는 사설 내용도 사실과 동떨어졌다. 친일 집안 출신들이 현재 수백만 명에 이르는 전문직 종사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근거를 뉴욕타임스가 댈 수 있는지 묻고 싶다. 한국 사회는 6·25전쟁과 압축적 근대화 과정을 겪으면서 계층 이동이 활발했던 나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 사설은 한국에서 교학사 교과서 추방 운동을 벌인 좌파 사학계 쪽의 이야기만 참고해 쓴 것 같다. 더욱이 한국은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국이다.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일본의 역사 왜곡과, 편향성을 바로잡으려는 한국의 교과서 정책을 같은 선상에 놓는다는 건 한국인에 대한 모욕이다. 뉴욕타임스는 정정보도와 사과 등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뉴욕타임스#정치인과 교과서#역사 왜곡#교과서 수정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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