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정훈]특별한 이웃 박원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6일 03시 00분


김정훈 사회부장
김정훈 사회부장
지난해 말 내가 사는 동네에 특별한 이웃이 이사를 왔다. 전세금 2억8000만 원짜리 복층 아파트에 새 이웃이 자리 잡으면서 진풍경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의 입주를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나붙더니 누군가 붉은색 페인트를 뿌려놓는 바람에 하루 만에 철거됐다. 늦은 퇴근길에 보니 엄동설한 찬바람 속에 경찰관 2명이 동네 입구에서 밤새 경비를 서고 있었다.

정초엔 약간의 소란도 벌어졌다. 비정규직 근로자 수십 명이 직접 그를 만나 담판을 짓겠다며 저녁마다 찾아와 그의 집 앞을 지켰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도 출동해 집 주변을 지켜야 했다.

불편한 일만 벌어진 것은 아니다. 좋은 일도 많이 생겼다. 새벽 내내 폭설이 퍼부었던 날 이른 아침,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동네 곳곳에서 눈을 치우느라 부산했다. 다른 주민들은 “그동안엔 눈이 와도 통 치우지도 않더니…”라고 볼멘소리를 했지만, 어찌됐든 그 덕에 우리 가족 그리고 다른 이웃 주민들은 빙판길 걱정 없이 다닐 수 있었다. 아파트 단지로 향하는 진입로엔 신호등도 새로 생겼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이어서 늘 조마조마하던 교차로였는데 한순간에 해결된 셈이다.

새로운 이웃 덕분에 이런저런 편익이 생겼다는 점을 떠나서 시민들이 뽑은 시장이 담장 높은 공관에서 ‘외로운 섬’처럼 사는 것보다는 이웃들과 격의 없이 숨 쉬고 어울리며 사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일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박원순 서울시장은 옛 한양 도성 성곽 복원을 위해 혜화동 공관을 내주고 한 달 전 은평뉴타운의 우물골 단지로 이사했다.

안철수 의원과의 전격적인 단일화를 통해 2011년 10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 시장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재야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에서 단숨에 대권도 넘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지만, 다가온 6·4지방선거에서 다시 심판을 받아야 한다. 재선에 성공할 것인가도 궁금한 대목이지만 우리 사회의 지도자로서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며, 뭘 어떻게 헌신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만큼 이를 더욱 분명히 밝혀야 될 때가 온 것이다.

서울시장은 서울의 행정책임자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방자치 부활 이후 지방선거는 국가적 차원에서 새 지도자를 찾아내는 모색의 과정이 돼 있다. 일을 맡겨보고 그 결과로 혹독하게 역량을 따져보는 진짜 민주주의가 작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선거만 해도 판세가 불리해지면 안철수 의원과 결국 손을 잡을 것이라는 둥, 안 의원에게 빚을 졌지만 등을 돌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둥 갖가지 관측이 나오지만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전적으로 박 시장의 몫이다. 유불리의 기교적 선택이 아니라 박원순의 원칙과 지향점을 갖고 박원순식 정치로 이런 도전들을 정면으로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정몽준 의원이나 김황식 전 국무총리에게도 이는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다.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또는 검증이 덜 된 ‘바람’의 후보들만 국민 앞에 서는 것은 나라의 불행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삼청동 길가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박 시장은 대뜸 “나보고 청와대 민정수석을 하라는데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물었다. 청와대 측의 제의가 있었거나 주변의 권유가 있었는지 고민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에이, 아직은 더 바깥에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하자 그는 “그렇게 생각하죠?”라며 마치 큰 짐이라도 벗은 듯 활짝 웃었다.

이후로도 그로선 제도권 진출의 고민을 수없이 해왔을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장에 도전했고 더 큰 꿈도 꾸고 있을 것이다. 그가 그때 민정수석 자리를 선택해 권력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면 어땠을까? 지금 그의 인생행로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김정훈 사회부장 jnghn@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은평뉴타운#안철수#민정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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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14-01-16 06:32:46

    말다르고 행동 다른사람... 좌파장사치 이것이상 아닌자.

  • 2014-01-16 13:36:43

    아들은 희한한 과정을 거쳐 현역면제... 공익 끝나면 바로 영국유학 예정... 딸은 서울대 개교이래 처음으로 미대에서 법대로 전과, 그런데 성적은 꼴지... 그후 협찬받아서 스위스 유학... 아부지는 전세산다고 찢어진 구두신고 서민 코스프레... 웃기는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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