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2008년 말 이후 국내 해운업계는 혹한의 시련을 겪고 있다. 몇 년째 계속된 격심한 생존게임에 체력이 바닥났다. 특히 2013년은 말 그대로 악몽과 같은 한 해였다. 국내 랭킹 1위 한진해운(시장 점유율 기준 세계 9위), 2위 현대상선(세계 18위) 등 간판 회사들이 급격하고도 심각한 체력고갈 상태에 빠졌다. 두 회사를 합쳐 2011년과 2012년에만 1조 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해운업의 이웃 종목인 조선업은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해운업계의 빈사상태는 그대로다. 그나마 약간의 위안을 찾는다면 지난 몇 년간 우리 해운회사들을 괴롭혀온 악천후가 새해에는 다소 호전될 기미를 보인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 회복의 열쇠를 쥔 미국의 경제는 이미 지난해 3분기 4.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일부 초대형 해운회사들은 새로운 전법으로 글로벌 해운업 시장 주도권과 지배력을 더욱더 확장하고 있다. 과거 인수합병 전략, 즉 몸집 부풀리기로 세계 해운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한 바 있는 머스크(덴마크)는 이번에는 초대형 얼라이언스 구축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머스크가 주도하고 세계 2, 3위 해운회사인 MSC(스위스), CMA CGM(프랑스)이 합세한 ‘P3네트워크’는 올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P3네트워크는 특히 아시아∼유럽 항로 전체 선박량의 42%를 차지하고 있어 더욱더 위협적이다. 이들이 휘두르는 ‘저가 운임’의 강펀치는 우리의 주전 회사들을 모두 쓰러뜨릴 수 있다.
우리는 팀워크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감독 격인 정부는 단기 처방은 물론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해운업의 체질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우리 해운업의 문제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해상운송 부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1위 해운회사인 머스크는 세계 2위의 항만운영사이자 세계 20위권의 종합물류 기업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물류시장 진출 등 사업영역의 다각화를 통해 글로벌 리스크를 이미 분산해 놓았다. 우리도 내상이 깊어지기 전에 전문 물류시장, 선박 S&P 시장, 플랜트 오프쇼어 비즈니스 등 새로운 시장 개척과 사업 다변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관 연구기관과 전문가들도 이른바 불완전 정보의 간극을 메우는 데 노력해야 한다.
해운업의 추락은 우리 미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큰 패착이 될 수 있다. 빈사상태에 빠져 있는 해운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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