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라순자]대학합격자 현수막 걸지 말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6일 03시 00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입학 전형이 끝났다. 여러 고등학교가 정문에 “어느 대학에 어느 학생이 합격했다”는 명단 현수막을 걸어놓는다. 학교 정문뿐만 아니라 마을 입구에 걸려 있는 곳도 있다.

현수막의 내용은 사실 서울대를 비롯한 이른바 명문대학 합격자의 명단이다. 이름과 학과를 적는다. 소위 말하는 ‘대학 서열’에 따라 글자 크기가 다르다. 비명문대학과 지방 대학은 ‘기타 대학’으로 표시한다. 이름은 없고 숫자만 표기한 사례도 많다. 이런 풍경은 내 고향뿐 아니라 시골 어디에서나 흔하다. 재학생들에게 선배들의 진학 상황을 보여주고, 또 고향을 떠난 사람과 학부모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은 마음에서 현수막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비교육적이다. 명문대학 합격 선배들의 이름 석 자가 재학생들에게 학구열을 불어넣는 것도 아니다. 명문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소수다. 그러지 못한 다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위화감을 조성하는 셈이다. 오히려 대학 서열화를 통해 학벌을 조장한다. 대학이라는 간판과 겉만 보고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고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격려를 줄 수 있는 현수막이 학교 정문과 마을 등에 걸렸으면 좋겠다. 자라는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이 전부라고 몰아세우는 사회 분위기도 사라졌으면 한다.

라순자 경남 진주시 상평동
#현수막#고등학교#명문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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