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병선]국사교과서 복수채택 허용하고 근현대사 줄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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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같은 사실인데도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과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경우가 많다. 국사교과서 채택을 놓고 벌어지는 혼란도 이와 유사하다. 관련 교사들, 전교조, 학교 동문들, 시민단체, 학교운영위원회가 엉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다. 이런 와중에 학교 현장은 이념적 난장판이 되고 있다.

문제는 혼란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바뀔 때마다 겪어야 할 대홍역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쉽지 않다. 이념 대립의 성격이 워낙 강한 탓이다. 이념투쟁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진영의 이념에 반하면 모든 것은 적으로 간주된다. 우리 현대사에서 좌우 이념 대립은 대표적인 사례다. 바로 이런 극단적 투쟁이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다툼으로 나타난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교과서 문제를 매개로 한 이념투쟁이다.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국정교과서 체제로 가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쉽지만 가장 위험한 방법이다. 역사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게 된다는 점에서다. 교과서를 과거처럼 국가가 독점하여 집필한다고 생각해보라. 더 쉽게는 교과서의 맨 앞장에 국민교육헌장이 자리하고 있던 유신시대의 관치 교과서를 생각해보라. 뿐이랴, 다양한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한다는 검정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이건 답이 아니다.

교육부가 편수권을 부활시켜 내용을 편집·수정하겠다는 방안도 문제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방안을 너도나도 반대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검정심의위원 등 전문 인력을 더 보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편수권을 쥐게 될 사람들이 교육 관료들이란 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관료들은 정권과 권력의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런 방안은 결국 국정에 준하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래서 이것도 답이 아니다.

현재의 검인정 방식을 유지하면서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어떨까. 그렇다. 이 방법이 최선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런 방식을 취하면서 논란을 줄일 수 있는 쪽으로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현재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근현대사 부분은 사건의 직간접 당사자들이 생존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와 기술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그런 만큼 많게는 80%까지 차지하고 있는 근현대사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 이 문제는 어렵지 않다. 교육과정을 손보는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치면 쉽게 조정할 수 있다.

이에 병행해, 서로 성향이 다른 교과서를 복수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신문활용교육(NIE)에서 논조와 성향이 다른 신문들을 비교·분석하여 차이를 밝히는 학습을 생각해보면 쉽다.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쟁점분석, 논점분석, 가치판단분석 등에 많이 활용하지 않는가. 이런 식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한 역사교육이다. 물론 복수의 교과서를 선택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학교의 자율에 맡기면 된다.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국사교과서#복수채택#근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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