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중환(1690∼1752)이 택리지(擇里志)에서 밝힌 것처럼 주거할 땅을 선택할 때는 지리(풍수), 생리(경제), 인심(사회), 산수(자연)를 두루 고려해야 한다. 이는 인구가 밀집된 도시보다도 전원생활에 있어서 더욱 중요하다.
입지 선정은 실제적인 전원생활 준비 및 실행 과정에서 첫 단추를 끼우는 출발점이다. 여기서부터 잘못되면 이후 집짓기와 초기 전원생활까지 모든 게 틀어진다. 그곳은 나와 가족의 새로운 제2의 고향이요, 쉼터이자 일터이고 삶터이다. 전국을 몇 바퀴 돌더라도 꼭 ‘인연의 터’를 만나겠다는 간절한 소망과 끈기 있는 발품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입지 선택 과정에서 대부분은 돈 걱정부터 한다. 물론 땅을 사려면 목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미리부터 땅 사고 집 짓고 초기 전원생활에 필요한 자금까지 싸잡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땅 매입자금 조달만을 염두에 두면 된다. 그것도 어느 지역, 어떤 용도의 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조달자금 규모는 크게 달라진다.
수도권을 택할 경우 땅값이 비싸므로 큰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방, 그 가운데 전라남도나 경상남도를 택한다면 훨씬 낮아진다. 수도권에서도 관리지역과 농림지역의 땅값 차이가 크고, 같은 관리지역이라도 읍면 중심지와 산골 오지가 다르다. 이에 맞춰 준비하면 된다.
입지 선정의 고민을 덜어내려면 가족회의를 통해 몇 가지는 결정해야 한다. 첫째, 고향으로 내려갈 것인지 타향으로 갈 것인지를 정한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출향’ 인사 유치에 적극적이다. 친인척이나 친구들이 있는 고향은 상대적으로 정착하기에 유리하다. 그러나 많은 예비 귀농·귀촌인은 고향을 꺼린다. 그들은 “고향 사람들의 시선이 아주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둘째, 수도권이냐 비수도권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모든 길은 여전히 서울로 통한다. 전원행을 소망하는 이들 대부분은 경제활동, 자녀교육, 문화·의료혜택 등 이런저런 이유로 수도권에서 완전히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이는 정부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2년 전체 귀촌인의 42.1%는 경기도를 귀촌지로 선택했다. 이어 수도권 접경지인 충북(18.3%), 강원(17.6%) 순이다. 범수도권인 충북, 강원을 더하면 전체 78%에 달한다.
그러나 과감하게 수도권과 단절하고 경상도, 전라도 등 남쪽 지방으로 내려간다면,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훨씬 큰 땅을 장만할 수 있다. 입지 선택은 도 단위의 광역적 결정을 먼저 한 다음, 군-읍면-리-개별 터 단위로 범위를 좁혀나간다.
“시골 땅값이 왜 이렇게 비싸!”
전원 터 물색차 인근에 왔다가 필자 집에 들른 이들은 이렇게 따지듯 묻곤 한다. 강원도 산골짜기 땅값마저 비싼 것은 이유가 있다. 일단 수도권 수요가 제 발로 찾아온다. 두 번째는 구조적인 문제인데, 외지인 중심의 땅 소유구조와 과도한 ‘중개수수료 거품’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전국 토지소유 현황’(2012년 말 기준)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땅의 경우 외지인 소유 비율이 50.3%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지인 차명, 위장전입자 등을 포함하면 70%에 달할 것이란 게 현지 중개업계의 추산이다. 시골 땅 거래는 외지인 땅 위주로 이뤄지는데, 이들 땅은 대개 투자 차원에서 사둔 것이기에 매도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또 시골 땅 거래가격에는 법정수수료가 무색한 거품이 끼어 있다. 이장, 구멍가게 주인, 지역 유지 등 ‘똠방(무허가 중개인)’이 끼어들어 자기 몫을 요구하다 보니 땅주인이 내놓는 가격보다 최고 50% 비싸게 소개되기도 한다. 이런 똠방 대열에는 간혹 귀촌 선배나 지인도 끼어 있느니 주의할 일이다.
따라서 시골 땅을 구할 때는 반드시 본인이 땅에 대한 평가기준(향, 접근성, 경관 등)을 세우고, 스스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부지런히 관심지역의 매물을 찾아 비교하고 시세의 흐름을 지켜보다 보면 서서히 호불호와 적정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발품을 많이 팔수록 소망(전원생활)은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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