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전문기자의 그림엽서]캥거루, 맥주 그리고 사막의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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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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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재밌죠. 호주 취재 중에 발견한 그림엽서입니다. 뒷면에 글을 쓸 수 있는 제대로 된 여백이 있습니다. 사진제목도 보이네요. ‘Red Kangaroo Drunk Again(다시 맥주잔을 든 붉은 캥거루).’ 이건 호주사람을 희화화한 표현입니다. 캥거루와 맥주는 호주사람을 상징하니까요.

캥거루부터 볼까요. 캥거루는 태반이 없어 주머니에서 새끼를 키우는 유대류(有袋類)입니다. 막 태어난 새끼는 체장 2.5cm에 몸무게도 1g에 불과할 정도로 작습니다. 어미는 4kg으로 클 때까지 9개월간 주머니에서 젖을 먹이며 키웁니다. 캥거루는 유대류 중 체구가 가장 큰 동물입니다. 유대류는 지구상에 150여 종뿐입니다. 그런데 그 유대류가 서식하는 곳은 오직 이 호주뿐이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러니 ‘호주=캥거루’는 훌륭한 등식입니다.

호주국적항공사 콴타스(QANTAS)의 꼬리날개에 점핑하는 캥거루가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는 이유입니다.

이번엔 맥주를 보지요. 요즘 바에 가면 세계 맥주가 경연을 벌입니다. 물론 호주 것도 있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호주맥주라면 아마도 ‘포렉스’일 겁니다. ‘××××’라는 특이한 엠블럼으로 눈에 익은. 물론 ‘빅토리아 비터’(Victoria Bitter)도 많이들 좋아합니다. 호주인과 맥주, 찰떡궁합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이 대륙을 점령한 지형과 기후도 한몫합니다. 게다가 호주인은 먹고 마시는 데서 인생의 행복을 찾는 낭만적인 심성을 갖고 있습니다. 호주인 손에 작은 아이스박스가 들려 있다면? 맥주가 들어있다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호주인의 맥주사랑. 통계가 증명합니다. 위키피디아에 국민 1인당 연간 맥주소비량 순위표(2010년)가 있습니다.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캐나다 호주 순입니다. 6위인 호주의 소비량은 98.08L. 호주는 6개 주(스테이트)와 한 개 준주(準州·테리토리)로 이뤄진 연방국가입니다. 맥주소비량이 가장 많은 곳은 노던테리토리 준주입니다. 제가 이 그림엽서를 산 다윈이 바로 그곳 주도입니다. 상하(常夏)의 날씨가 맥주를 당기게 만드나 봅니다. 그래서일까요. 노던테리토리 준주의 아이콘은 아웃백(Outback·오지)과 맥주입니다. 그곳의 대표 맥주는 ‘엔티드래프트(NT Draught)’라는 지역맥주회사가 1958년에 내놓은 ‘다윈 스터비(Darwin Stubby’). 당시 2250mL들이 초대형 유리병에 담아내 세계적 관심을 모았습니다.

호주 연방의 각 주엔 인기를 끄는 지역맥주가 있습니다. 자기 고장 맥주에 대한 열정도 큽니다. 그러니 호주를 여행할 땐 그 지방 맥주를 사주는 것도 여행객의 센스입니다. 빅토리아 주는 빅토리아비터, 뉴사우스웨일스 주는 투히스(Tooheys),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는 스완(Swan),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는 쿠퍼스(Coopers), 태즈메이니아 주는 캐스케이드…. 그 유명한 포렉스는 퀸즐랜드 주 맥주입니다.

한때 ‘호뉴 9박 10일’이란 여행상품이 꽤나 인기였습니다. ‘호뉴’란 호주와 이웃 뉴질랜드를 뜻합니다.

호주는 지구상 가장 큰 섬이자 가장 작은 대륙(영토규모 순위 6위)이고 두 나라를 합친 면적은 대한민국의 80배나 됩니다. 그런 곳을 여드레 만(이틀은 이동기간)에 둘러보겠다니….

‘대단한 호주여행기’의 저자 빌 브라이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오지(Outback·노던테리토리)를 찾지 않았다면 호주를 가봤다고 말할 수 없다.’ 만약 호주로 여행을 가신다면 이 엽서의 고향, 다윈도 꼭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거기가 오지의 수도니까요. 다윈 스터비에 취한 캥거루 엽서를 띄우는 것도 잊지 마시고.

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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