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北을 변화시켜야 ‘통일대박’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4일 03시 00분


방형남 논설위원
방형남 논설위원
과거 남북관계는 대개 북한이 주도했다. 북한이 1월 1일 발표하는 신년사설이 그해 남북관계의 이정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신년사설을 분석해 대응방법을 찾았지만 허둥대며 끌려 다닌 경우가 많았다.

북한이 주로 봄에 저지르는 도발도 한 해 남북관계를 주도하려는 노림수다. 북한은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을 하고 4년 전 3월에는 천안함 폭침도발을 저질러 한반도의 봄을 ‘잔인한 계절’로 만들었다. 도발을 할 때마다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버티기 전술로 남한의 도발 책임 추궁을 비켜갔다. 피해자 남한보다 가해자 북한이 큰소리를 치는 이상한 장면이 반복됐다.

북한이 올봄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유화 공세를 펴고 있지만 한미 연합훈련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기본 전략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북한은 비방, 중상의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중지 제안에 이어 “먼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는 말뿐이다. 특수전부대 훈련과 대남(對南) 기습침투훈련을 벌여 실제 움직임은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호전적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한반도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남북관계가 북한의 뜻대로 끌려가는 구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가 북한의 유화공세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구체적 행동을 요구한 것은 바람직한 대응이다. 주도권을 잡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끌려가는 형세는 아니다.

북한은 현재 안팎으로 불안하다. 장성택을 처형한 걸 보면 김정은은 누구도 믿지 못하는 듯하다. 권력 핵심층이 벌벌 떠는 공포상황에서 정상적인 국가 운영이 될 리 없다. 순항하는 이란 핵 협상에는 6자회담 참가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가 동참했다. 이란의 양보를 이끌어낸 세 나라가 북한 핵을 용인하는 이중행보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제재와 압박으로 이란을 후퇴시킨 미국의 북핵 포기 요구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거짓으로라도 올리브 가지를 흔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론’을 편 뒤 통일 논의가 뜨거워졌지만 남북관계가 긴박해지면 통일담론은 순식간에 공론(空論)이 되고 만다. 박 대통령은 통일 시나리오 가운데 최선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북한의 생각은 다르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거론한 ‘조국통일’은 북한 방식의 적화통일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대박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김정은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남북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대결 가운데 최악인 핵전쟁까지 언급했다.

북한식 통일과 핵전쟁은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결말이다. 북한도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을 “급변사태에 기대를 건 흡수통일의 망상이 깔려 있다”고 비난했다. 통일이 이뤄진다면 우리 입장에서 최선인 대박과 최악인 핵전쟁 사이 어디쯤의 방식이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스스로 변화해야겠지만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통일은 정부와 국민이 하나가 돼 북한을 변화시킬 동력을 만들어야 가능해진다. 한국인의 열정과 집중력은 대단하다. 영화 ‘변호인’을 보기 위해 33일 만에 1000만 명이 몰려갔다. 그러나 피로감 때문인지 북한의 도발은 쉽게 잊는 경향이 있다.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는 두 동강 난 천안함 선체가 전시돼 있다. 2010년 5월 24일부터 민간에 개방됐으나 지금까지 생생한 안보현장을 찾은 국민은 71만7000명에 불과하다. 북한을 변화시키려면 우리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결연함을 보여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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