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법원이 징역 2년의 실형과 추징금 1억6275만2000원을 선고했다. 1999년 국가안전기획부가 국정원으로 바뀐 이후 원 씨 전까지 8명의 원장 중 5명이 검찰 조사를 받거나 사법 처리됐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적 사건이나 권한 남용이 문제가 됐지 적어도 개인 비리는 아니었다. 국정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앉은 사람이 일개 건설업자의 뇌물을 받은 죄로 실형 선고를 받은 것은 국정원 전체의 수치다.
원 씨는 2009∼2010년 홈플러스의 인천 무의도 연수원 인허가 과정에서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를 위해 산림청에 청탁을 해주고 현금 1억2000만 원과 미화 3만 달러를 받았다. 황 씨는 원 씨에게 순금 십장생과 스와로브스키사의 호랑이 크리스털(390만 원 상당)도 생일선물로 줬다. 당초 허가를 반대하던 산림청이 찬성 쪽으로 돌아서는 데 원 씨의 개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원 씨는 황 씨와 서울시 공무원 시절 알게 돼 10년 넘게 절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국정원장 시절에도 부부 동반으로 여행을 다니고 골프도 자주 쳤다니 국가 요직을 맡고도 자리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한 모양이다.
원 씨는 국정원 댓글 사건 공판도 받고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역시 정보 분야의 아마추어인 그가 국가안보와 정권안보를 제대로 분간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국회 국정원 개혁특별위원회 위원 6명이 지난주 이스라엘의 모사드와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시찰에 나섰다. 정보기관의 내부운영과 의회의 통제시스템뿐 아니라 국정원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도 배워오기 바란다. 제도 못지않게 사람도 중요하다. 국정원을 진정한 국가안보의 중추기관으로 개혁하려면 임명권자가 정보 비전문가에다 도덕성에도 문제가 있는 측근을 원장 자리에 앉혀선 안 될 것이다.
국정원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유사한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감찰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전쟁 중이다.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대공(對共)수사와 대북(對北)정보 수집 등을 책임진 국정원의 역할이 막중하다. 21세기 정보환경에 걸맞은 선진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정원 구성원 모두의 의식개혁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