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수치로 공약한 건 고용률과 중산층 70%가 유일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7·4·7(7% 경제성장률,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과 같은 수치 공약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그 대신 박 대통령은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 확 바꿔야 한다”며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국가의 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의 고리가 끊어졌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한 시대”라고도 했다. 당시 필자는 그의 아버지인 박정희 시대의 ‘국가주의’를 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선언문이라고 분석했다.
집권 1년을 앞둔 최근 대통령의 메시지는 많이 달라졌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잠재성장률 4% 달성 목표도 제시했다. 아버지 시절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 전 대통령의 7·4·7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한 대선 핵심 참모는 “대선 공약 파기 선언처럼 들린다. 관료들의 성장과 수치 놀음에 대통령이 장단을 맞추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대선 때 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국민 삶에 천착했던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신동아 2월호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국민소득 4만 달러가 되면 개인의 삶은 어떻게 바뀌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연말 연초 행보와 메시지를 보면 오로지 경제인들을 만나 경제활성화, 투자, 규제개혁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만을 반복적으로 외치고 있다.
기업을 소홀히 하라거나 규제개혁, 투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그런 경제살리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국민의 삶이다. 이 전 대통령이 외친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의도는 좋았지만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도 그 속에 국민의 삶에 대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대선 당시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은 상당한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한 지인은 “손 후보가 우리 회사 부장도 아니고 내 저녁을 책임져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지도자가 내 삶에 관심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호감이 간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산업화의 기적을 이뤄냈듯 ‘5000만 국민행복 플랜’을 통해 5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국민행복의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계층의 국민이 함께 참여해 만드는 대국민 프로젝트로 진행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집권 1년 만에 그 플랜은 기획재정부가 만드는 ‘경제개발 3개년 계획’으로 둔갑했다. 국가주의를 넘어 국민 개개인의 삶을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초심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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