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7당 6락’ 돈 공천, 지금은 없다고 자신할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5일 03시 00분


‘안철수 신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의 김효석 공동위원장은 그제 “새누리당에는 7억 원을 쓰면 공천을 주고 6억 원을 쓰면 공천에 떨어진다는 ‘7당(當) 6락(落)’이라는 말이 있다”고 밝혔다. 얼마 전까지 민주당 소속이었던 그는 “민주당에도 그런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본인 얘기냐, 본인이 속했던 야당(민주당) 얘기냐”며 발끈했다. 민주당 박광온 대변인은 “친정을 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정말 김 전 의원이 언급한 공천 비리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큰소리칠 수 있는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도 20일 “지금껏 대한민국의 모든 공천은 사천(私薦)이었다”며 “당 권력자가 배후 조종하는 공천을 받으려고 비굴하게 굴고 돈까지 가져다 바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기수 당시 여주군수는 지역구 국회의원이던 이범관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현금 2억 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하려다가 이 의원의 신고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민주당 김희선 전 의원도 같은 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대가와 정치자금 명목으로 구의원 출마자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돈 주고 공천을 산 기초단체장은 본전을 뽑기 위해 지자체 공무원들로부터 인사 때 돈을 챙기는 ‘승진 장사’를 벌일 수밖에 없다. 부패의 악순환이다.

임기 중에 사법 처리된 5기(2006년 7월∼2010년 6월) 지방의원 323명 가운데 202명(62.5%)이 공천이나 선거운동과 관련된 혐의가 적용됐다. 공천권을 사고파는 ‘검은 거래’와 연결된 사례도 적지 않다.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입을 다물어 버리면 노출되기 어려운 공천 비리의 속성을 감안할 때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여야는 올해 6월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여 앞둔 지금도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것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이며 선거방식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어제 기초선거 정당공천의 폐지를 위해 같이 행동하기로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공천 과정에 검은돈이 오갔던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결의부터 해야 한다. 유능하고 깨끗한 후보들이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선거 문화의 혁신이 절실하다.
#안철수 신당#공천 비리#새누리당#민주당#김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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