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극영 작사 작곡(1927년)의 ‘설날’이라는 동요다. 여기 나오는 ‘까치’를 칠월칠석(七月七夕)에 견우와 직녀의 상봉을 돕는 까마귀와 까치 다리(오작교)의 까치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까치설날의 까치는 새가 아니다. 작다는 뜻의 고어 ‘아츤’이 아츠→아치→까치로 음이 변한 것이다. 까치설날은 ‘작은 설날’, 즉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을 뜻한다.
예전엔 까치설날에 문중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는 풍습이 있었다. 이 세배를 ‘묵은세배’라고 한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 하는 것이니 묵은세배임에 틀림없으나 새해 전날 밤에 드리니 ‘이른 세배’의 성격도 있지 않았을까.
새 옷을 설날에 입으면 ‘설빔’, 추석 때 입으면 ‘추석빔’이다. ‘빔’은 새 옷을 뜻하는 순 우리말. 까치저고리와 까치두루마기는 설빔 중 하나다. 이때의 까치는 작다는 뜻이 아니라 ‘색동’이나 ‘오색’을 의미한다. 요즘은 돌잔치 때도 까치두루마기 등을 입지만 ‘돌빔’이란 말은 없다.
설날의 또 다른 주인공은 역시 ‘세뱃돈’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괴춤 속에 꼬깃꼬깃 넣어뒀던 돈을 꺼내 줄 때 아이들은 한껏 달떴다. 이때 건네는 말이 덕담이다. 원래 어른이 자손에게 하는 말을 뜻했지만 요즘은 친지와 이웃끼리 주고받는 좋은 말까지로 쓰임새가 넓어졌다.
설이란 말은 어디서 왔을까. 한 해를 보내니 ‘서럽다’는 뜻의 ‘설’에서 왔다는 비탄설(조선 중기 때 학자 이수광), 몸과 마음을 조심한다는 ‘사리다’의 ‘살’에서 왔다는 근신설(육당 최남선), 설과 나이를 세는 ‘살’은 뜻이 같고 말뿌리는 ‘ㅱ’이라는 음운변화설, 퉁구스어 유래설 등이 있다(정재도, ‘설’에 관한 말과 유래).
설의 운명은 기구했다. 구한말의 개화 물결과 일제의 양력 강요로 ‘신정’이 아닌 ‘구정’으로 불리다 1985년 ‘민속의 날’이 됐고, 1989년 ‘설날’로 바뀌어 자리 잡았다.
애독자 여러분, 모처럼 넉넉한 고향에서 세배(歲拜)도 드리고 세찬(歲饌)도 먹고 세주(歲酒)도 마시며 과세(過歲) 잘 하십시오. 돌아올 때 ‘복조리’에 담긴 복 챙겨 오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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