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반기문]유네스코한국위원회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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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반기문 총장이 교재로 썼던 초등학교 4학년 자연 교과서를 유네스코에 기증하고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제공
2012년 10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반기문 총장이 교재로 썼던 초등학교 4학년 자연 교과서를 유네스코에 기증하고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제공
《 한국은 지구촌을 통틀어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입니다. 유네스코는 6·25전쟁 직후인 1954년 연간 3000만 부의 교과서를 인쇄할 수 있는 인쇄 공장을 한국에 지으면서 원조를 시작했습니다. ‘교육을 통해 빈곤에서 스스로 벗어나게 한다’는 목표를 위해서였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당시 이 교과서로 공부한 인연이 있습니다. 반 총장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창립 60주년을 축하하는 기고문을 보내와 게재합니다.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창립 6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울러 민동석 사무총장님을 비롯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구성원들이 ‘평화와 번영’이라는 유엔의 사명을 달성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하신 데 대해서도 경의를 표합니다. 1950년 대한민국이 유네스코에 가입한 직후 한국은 6·25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학교는 폐허로 변했고 많은 어린이들은 교실을 잃어버렸습니다. 저도 그런 아이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까지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유네스코를 비롯한 유엔 기구들의 지원 덕분에 우리는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를 할 수 있었고, 희망과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2012년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를 방문했을 때, 저는 제가 공부했던 그 당시의 4학년 ‘자연’ 교과서를 기증한 바 있습니다. 지금도 유네스코 본부에 전시돼 있는 이 책은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교육의 힘을 보여주는 증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유네스코를 포함한 유엔 시스템은 60년 전 한국민들에게 희망의 등불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역할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전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유엔이 지금 전 세계에서 펼치고 있는 활동의 목표입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한반도와 전 세계에서 기울여 온 노력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교육, 과학, 문화는 더이상 사치가 아닙니다. 이것들은 평화와 안보,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한 토대입니다. 지난 60년 동안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기울여온 노력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며, 저개발국 교육 지원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귀 위원회의 새로운 비전이 실현되기를 기원합니다. 나아가 유엔이 추구하는 온 인류의 평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우리 함께 힘을 모아 나가기를 바랍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유네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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