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非情)하고 추한 도시의 느낌을 주는 곳 중 하나가 고가도로다. 자동차로 올라서자마자 빨리 내려가고 싶어진다. 어쩌면 그래서 더 빨리 달리는지도 모른다. 고가도로 아래도 마찬가지다. 그쪽 도로를 걷고 싶어서 걷는 사람은 없다. 햇볕은 잘 들지 않고 시야는 막혀 있다.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짓긴 했지만 가능한 한 없애버리고 싶은 필요악이 도심의 고가도로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가도로는 1968년 준공된 서울 아현고가도로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의 학자 손정목 씨의 회고에 따르면 아현고가도로가 한창 건설되던 1967년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이 미아리 고개∼청계천로∼신촌을 연결하는 동서 관통 고가도로 계획을 들고나왔다. 이것이 1971년 청계고가도로까지 지어진 계기다. 두 도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고가도로가 한국의 중앙대로인 세종로에 걸쳐 있는 모습이 부담스러운 데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청와대에서 보면 동서로 다 차량이 빠져나갈 수 있어 굳이 연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고가도로는 일반 도로와 달리 수명이 있다. 노후화하면 수리비가 늘어나 더이상 지탱할 수 없는 시점이 온다. 요즘은 도시 외곽이라면 몰라도 도심의 고가도로가 원활한 교통 소통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고가도로 위에서는 빨리 달릴 수 있어도 내려올 때에 다다르면 막히기 일쑤인 것이 도심의 교통이다. 실제 청계고가도로를 없앤 후에도 심각한 교통 혼란은 없었다. 고가도로를 없애자 상권은 미관과 함께 활기를 찾았다.
▷아현고가도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고가도로란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멈춰 설 수 없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한 번쯤 거기 서서 서울을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서울시는 아현고가도로 철거 공사 시작에 앞서 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민들에게 고가도로를 개방하기로 했다. 자동차에 점령됐던 곳을 걷는 해방감을 만끽하면서 고가도로에서만 볼 수 있는 전망도 감상할 기회다. 최초의 고가도로를 역사 속으로 떠나보내는 이벤트로는 괜찮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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