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막중]차기 서울시장에게 기대하는 도시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최막중 서울대 도시계획학 교수
최막중 서울대 도시계획학 교수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심의 초점은 단연 서울시장 후보이다. 과연 다음 시장은 서울을 어떠한 비전을 갖고 이끌어 갈 것인가? 전임 오세훈 시장 하면 떠오르는 도시 비전은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은 우리나라 도시경영 역사상 처음 제시된 비전으로, 그만큼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대적 화두였음에 틀림이 없었다. 그렇지만 ‘겉은 화려하지만 속 빈 강정’으로 비추어지는 허전함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런 허전함을 파고든 것이 현 박원순 시장이 내건 ‘시민이 주인이 되는’ 도시 비전이었다. 화려한 조명이 비춰지는 높은 곳을 마다하고 낮은 곳에 임하여 시민의 마음을 채우고 내실을 다지는 행보는 기존의 도시 경영자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만 강조되다 보니 무언가 빠진 듯한 또 다른 허전함이 느껴지고 있다. 내실만 다질 뿐 어디로 도약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이 당면한 도전과제는 무엇인가? 작년에 일본 도쿄는 2020년 올림픽 개최권을 따내고 이를 계기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야심 찬 준비에 착수하였다. 중국 상하이(上海)는 전 세계의 제조업을 끌어들이던 경제특구를 넘어 새로이 자유무역지구를 지정하여 전 세계 금융자본을 유혹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국무총리실이 세종시로 이전하고 앞으로도 한전 등 공공기관들의 지방 이전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만 들려온다. 한마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위기를 뛰어넘어 동북아 경쟁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서울이 도약해야 할 지향점이다.

그런데 국제경쟁력은 시민 입장에서 쉽게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비전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를 시민의 일상생활과 접목하여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장사 잘되는 서울’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오랫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던 상권도 중국 관광객 유커(遊客)들이 한 번 쓸고 지나가면 다시 활짝 피어난다. 이렇게 서울이 전 세계 관광객, 나아가 비즈니스맨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는 경쟁력이 있으면, 그만큼 서울 곳곳에서 장사할 거리가 새롭고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 이는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 도시경제의 특성상 도시재생의 활로를 열어 줄 것이며,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의 발전을 통해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그야말로 서울을 ‘전 세계인이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풍요로운 비즈니스 기회의 땅’으로 가꾸어 보겠다는 야심을 이번 지방선거의 시장 후보들이 제시하는 도시 비전에서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막중 서울대 도시계획학 교수
#서울시장#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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