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로켓 개발의 총본산은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도비시마 공장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6일 일본 로켓의 근간인 H-2 로켓을 이 공장에서 제작 조립한다. H-2는 2012년 아리랑3호 위성을 쏘아 올린 바로 그 로켓이다. 나로호가 쏘아 올린 과학기술위성이 100kg인데 H-2 로켓은 10t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으니 양국의 기술격차가 얼마나 큰지 실감난다. 10t이라면 70인승 버스 무게다.
지금까지 H-2 로켓은 모두 26번 발사에 한 번 실패로 성공률은 96%다. 이들 로켓은 극히 일부 특수한 소재와 부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산으로 제작한다. 우주로켓 프로젝트에 미쓰비시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300여 개 중소기업이 참여한 결과다.
H-2 로켓의 H는 하이드로젠(Hydrogen), 즉 수소다. 액체수소는 끓는점이 영하 253도이므로 극저온을 유지해야 한다. 추력이 좋지만 그만큼 까다로운 연료다. 일본이 액체수소를 쓴다는 점은 기술 이전을 받았다는 증거다. 액체수소를 로켓 연료로 쓰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뿐이다. 어느 나라든 로켓 기술은 극비인데 그걸 미국에서 이전받은 것은 로켓 개발을 향한 일본의 의지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외교적 노력이 얼마나 치밀했는지를 보여준다.
일본에서 확인한 로켓 개발의 분위기는 돈벌이였다. 전범국(戰犯國)인 일본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원칙’을 일찌감치 천명해 로켓의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차단했다. 국가가 주도하던 로켓 개발도 2007년 미쓰비시중공업에 완전히 이양했다. 기업의 생리는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고 미쓰비시도 예외는 아니다. 로켓을 발사할 때마다 적자를 낸 미쓰비시의 최근 태도 변화가 주목되는 이유다.
일본이 H-2로켓을 두고 차세대 H-3 로켓 개발에 들어간다. 차세대 로켓은 현 로켓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 최고의 기술을 추구했다면 앞으론 가장 경제성 있는 기술을 적용해 가격을 절반으로 낮출 것이라고 한다. 과학 기술자들이 감탄하는 걸작이 아니라 고객이 살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사다 쇼이치로 미쓰비시중공업 우주사업부장은 로켓 발사를 “택배 사업”이라고 표현했다. 고객이 주문한 상품(위성)을 원하는 공간에 착착 배달해 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일본이 추구하는 로켓 발사의 지향점을 정확하게 짚은 발언이다.
지난해 어렵사리 나호로 발사에 성공한 우리의 다음 과제는 한국형 발사체를 2020년까지 쏘아 올리는 것이다. 당초 2021년 목표를 박근혜 대통령이 1년 앞당겼고 예산만 1조9500억 원이 넘는다. 기초연금 등 복지 확대가 시대적 요구로 대두한 마당에 “굳이 우주 개발에 돈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반발도 적지 않다. “로켓이 밥 먹여 주느냐”는 주장이 있지만 로켓이야말로 미래세대의 먹거리다.
세계의 로켓 개발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냉전시대에는 나라 위세를 과시하기 위한 우주 개발이 보편적이었지만 지금 우주는 거대한 시장이다. 2011년 세계 우주 산업의 매출액은 3043억 달러로 2007년 대비 37% 성장했다. 2012년 방송 통신 지구관측 등 상업 우주 활동에 의한 매출액이 전체 우주시장 매출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보통 사람의 우주여행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가진 스페이스X 같은 민간 우주수송회사가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2020년까지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한 달 탐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우주라는 거대한 시장이 열리고 있는데 “달에 태극기를 휘날리게 할 것”이라는 애국주의 비전만으로는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보다 “로켓이 미래 경쟁력을 가름할 첨단 차세대 기술”이라는 실리적 비전을 제시하는 건 어떨까 싶다.―나고야에서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