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총선, 지방선거 가리지 않고 선거 때만 되면 청와대 사람들이 대거 출마했다. 무명의 정치 신인에게 청와대 경력 타이틀을 달아줬다. 열린우리당은 그냥 ‘노무현 정당’이었다.
이들은 지금도 ‘친노’라는 이름으로 야권 내 최대 계파를 형성하고 있다.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노무현 비서실장’ 출신이었으니 영향력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평가는 다양하지만 친노그룹은 우리 사회에 ‘노무현 향수’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퇴임한 지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맹위를 떨치는 친노와 달리 물러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친이(친이명박)’는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그만큼 ‘이명박 세력’은 허약하다.
‘박근혜 세력’은 이명박 세력보다도 취약해 보인다.
공룡 정당 새누리당에서 진짜 박근혜 세력이라고 할 만한 의원은 많지 않다. 친박 의원을 세어보니 열 손가락을 넘어가면서부터 이 의원이 진짜 박근혜 세력인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집권 2년 차에 확실한 당 대표, 원내대표 카드도 마땅찮다. 대통령 최측근인 서병수 이학재가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섰는데 정작 국민은 누군지도 잘 모른다.
박근혜 세력의 집결지여야 할 청와대조차 허약하기 그지없다. 수석급 이상에서 박근혜 세력이라고 할 사람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정현 홍보수석 정도뿐이다. 정책 라인도 마찬가지다. 경제 라인만 봐도 노무현 정부 때는 이정우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 이명박 정부 때는 강만수 장관, 백용호 대통령정책실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 대선 때부터 ‘경제 철학’을 공유했던 사람들이 핵심 포스트에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라인은 100% 순수 관료들이다.
박 대통령은 본래부터 ‘세력’을 형성하기 싫어했다. 정치인 때도 ‘친박’ 이름으로 세력이 형성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여성 리더십의 특징이다. 본인이 다 챙기면 되니 실무형 관료들과 함께 나라를 끌고 가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흔히들 ‘집권 세력’이라고 하면 완장이나 측근 비리를 떠올린다. 그러나 우리는 5년마다 대한민국을 전진시킬 새로운 동력 창출을 해낼 또 다른 집권 세력을 뽑는다.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여당은 엇박자를 내고 공무원 사회는 흐트러진다. 집권 세력의 힘은 약해지고 안정적인 관료 중심으로 국정 운영의 무게추가 기울어지는 것도 예외가 없었다. 역대 정권들이 임기 중반 현역 의원 장관을 많이 쓰는 건 흔들리는 당과 내각의 중심을 잡아보려는 몸부림이다.
그런 점에서 집권 초 ‘근혜노믹스’의 핵심인 창조경제와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을 관료들이 모여 짜고 있는 지금 상황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과연 본인들이 평생 짜온 경제 패러다임을 창조적으로 뒤엎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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