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현 CJ 회장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이 어제 징역 4년, 벌금 260억 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604억 원의 국내외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260억 원을 탈세하고, 회사에 11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의 탈세액 260억 원 중 40억 원은 조세피난처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저지른 역외(域外)탈세다. 이번 판결은 재벌 총수의 대규모 역외탈세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첫 단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역외탈세란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을 감추는 방법으로 이뤄지는 세금포탈을 말한다. 외국 정부와의 금융정보 공유 등이 필요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재판부가 ‘적극적인 은닉’이 없다고 판단해 범죄로는 인정하지 않은 235억 원까지 포함하면 CJ가 내지 않은 역외세금은 275억 원에 이른다.
역외탈세는 ‘가진 자의 반(反)사회적 일탈’의 전형적 행태다. 하지만 글로벌 재정위기 이후 ‘조세행정공조협약’ 가입국이 늘어나는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역외탈세와의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국세청은 2011년 과장급의 역외탈세담당관 직을 신설했고 작년엔 11명의 역외탈세자에게 714억 원을 추징했다. 지금도 30대 기업 총수 일가가 포함된 28명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L그룹이 해외법인에 수익금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적발해 수백억 원을 추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이나 역외탈세가 반복되면 우리 사회에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반감이 확산된다. 대기업의 일탈을 막는 것도 경제민주화다. 국세청은 탈세 수법보다 한 발 앞서가는 치밀한 세정(稅政)을 통해 역외탈세 등 고소득자의 세금 탈루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법원은 기업 총수의 잘못에 대해 더는 관대한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에도 확인됐다. 대기업도 오너 기업인들도 각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