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성은 이화정 백번지 앞 도로에서 전날의 정부 신씨를 만나 복연(復緣)을 강요하였으나 신씨가 말을 아니 듣는 고로 옥신각신하던 끝에 구타하여 부상케 하였다.’(동아일보 1936년 8월 6일자 기사)
집착과 애증 사이를 오가는 남자 심리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일본에선 ‘복연살인’이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배우자 혹은 연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회복시킬 수 없을 때 상대를 말살하는 행위다. 대개 남성이 저지른다.
남성이 이처럼 변심했거나 부정을 저지른 자기 여자에게 복수를 행하는 반면, 여성들은 자기 남자를 빼앗은 여자에게 해코지를 하는 경향이 있다. 남성의 애정은 ‘소유욕’에서 출발하므로 한 번 관계가 맺어진 뒤로는 웬만해선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배신은 뒤통수를 맞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그 분노를 곧바로 변심한 연인에게 쏟아 붓는다. 진화심리학의 개척자 데이비드 버스 교수는 ‘위험한 열정, 질투’에서 남성이 여성의 성적 배신을 괴로워하는 이유로 배우자가 낳은 자식이 자기 혈통인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을 꼽았다.
반면 여성에겐 애정이 ‘마음의 소통’이다. 남자의 속내를 수시로 떠본다. 남자의 수상쩍은 행동이 ‘딴짓’으로 밝혀지더라도 마음이 살짝 흔들린 것뿐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외도 현장에 들이닥친 아내는 상대 여성의 머리채부터 휘어잡는 것이다. 자기보다 매력적이면 더욱 화가 나고 덜 매력적이면 어이가 없어 손아귀에 힘이 실린다. 이래저래 가차 없다. 그 여자만 없으면 남편의 마음이 돌아올 거라고 확신한다. 버스 교수는 여성이 감정적 배신에 민감한 이유를,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자원을 몽땅 가져다줄 수 있다는 현실적 가능성에서 찾았다. 여성에겐 남자의 마음이 여러모로 중요했던 것이다.
물론 여성의 복수심이 항상 불륜녀만을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영화 ‘블루 재스민’은 배신당한 여성이 남편을 어떻게 간단하게 망칠 수 있는지를 그야말로 간단하게 보여준다.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 모른 척했던 남편의 급소를, 그로부터 버림받는 순간,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전화 한 통화로 깊숙하게 쑤신다. 명예나 성공을 목숨만큼 중시하는 남자라면 복연살인 이상으로 모골이 송연해질 것이다.
남자가 여자 앞에선 입을 닫고 비밀을 감추려는 데는 확실히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삼손의 후예로서 말이다. 하지만 아내가 누구인가. 델릴라의 후예 아닌가. 약점을 감추려는 남편의 입을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열고 만다. 배신한 남편에 대한 여자의 복수는 그래서 간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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