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채가 821조1000억 원(2012년 말 기준)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비(非)금융 공기업의 부채를 합친 규모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했던 일반정부 부채(504조6000억 원)의 1.6배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64.5%다. 이미 1000조 원을 넘은 가계부채까지 합하면 국민 1인당 빚이 3600만 원이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따라 공기업 부채를 합한 통계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각종 국책 사업을 공기업 빚으로 떠넘기고 공공부채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던 ‘꼼수’와 결별한 것이다. 그래도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채와 금융 공기업 채무, 공무원연금 등이 빠졌다. 기획재정부는 “국제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결국은 국민 부담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2011년 3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정부 재정통계 개편안에) 공기업들의 부채가 다 빠졌고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충당부채도 빠져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IMF가 작년에 새로 마련한 지침은 앞으로 퇴직할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할 연금을 현재 가치로 계산한 ‘연금 충당부채’도 공공부채에 포함시키라고 돼있다. 지난해 말 연금 충당부채는 436조9000억 원에 달한다. 이를 포함하면 나랏빚은 1288조5000억 원(GDP 대비 101.3%)으로 늘어난다. 채무불이행 시 정부가 대신 갚아줘야 하는 보증채무 145조7000억 원도 빠졌다.
이번에 389조 원의 가려진 빚이 새로 드러났지만 ‘숨어 있는 부채’는 이처럼 많다. 그리스가 2010년 국가 부도 위기를 맞은 것은 선거를 의식해 정부부채를 숨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신용등급이 강등됐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데다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늘 재정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복지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세수(稅收)는 더 줄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경상수지 흑자와 풍부한 외환보유액, 튼튼한 재정 같은 기초체력 덕분에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신흥국발(發) 경제폭풍 등 금융 불안의 파도가 계속 밀려오고 있다. 한국은 재정이 비교적 건전한 나라로 알려졌으나 통계의 빈틈 속에 ‘드러나지 않은 부채’가 숨어있다면 심각한 문제다. 미국 캐나다는 연금 충당부채도 공공부채에 포함시킨다. 선진국과 다른 느슨한 통계치를 근거로 복지와 정부지출 예산을 짜다가는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