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자 “국민 상식에 반하고 시대 흐름에 동떨어진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의원 제명에는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처음에는 “검찰 기소를 본 뒤” 징계 절차를 밟자고 했다가 기소 후에는 “1심 판결을 본 뒤”로 말을 바꿨다. 그러다 1심 판결이 나오자 이제는 확정 판결까지 무죄 추정 원칙을 거론하며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이 의원 제명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가 궁금하다. 사법부 판단을 믿지 못해서인가, 이 의원의 종북 노선에 동조해서인가. 아니면 새누리당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고 보자는 의도인가. 통진당과는 야권연대를 맺었던 사이여서 “민주당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제명은) 성사될 수 없는 일”이라는 이정희 통진당 대표의 물귀신 작전 같은 주장에 이끌린 것인가.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문재인 의원이 “대법원 판결” 운운하며 제명에 반대하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의원 징계는 사법적인 심판과는 무관한 일종의 ‘정치적 심판’으로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이 의원이 대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의 확정 판결을 받으면 자동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는데 그때 가서 징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문 의원은 이 의원이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으로 유죄를 받은 뒤 사면과 복권될 때 대통령민정수석으로 관여한 적이 있다. 그의 제명 반대가 이런 인연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어제 또 한 번 장외 집회를 열었다. 야당의 장외 집회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낡은 방식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증거 조작 문제는 경위를 조사 중이고, 국가정보원 사건도 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순리다.
같은 날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야당에서 주장하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뜻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조건 장외 투쟁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장외투쟁 반대론을 폈다. 이석기 의원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먼저 나서 제명까지 포함하는 징계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민주당은 최근 정치개혁안까지 발표했음에도 툭하면 장외로 뛰쳐나가는 운동권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골수 종북주의자까지 감싸서는 어떤 개혁을 외쳐도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