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이 ‘도시인의 로망’으로 불리는 이유가 뭘까. 치열하고 각박한 도시생활에 심신이 지친 터라 산수(山水)가 어우러진 곳에서 느림, 여유, 안식, 치유를 얻는 자연인의 삶을 갈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로망을 현실로 만들고자 한다면 일단 그런 자연환경을 갖춘 터부터 찾아나서는 게 먼저다. 한마디로 산 좋고 물 좋은 곳, 자연명당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4%(637만 ha)가 숲으로 둘러싸인 대표적인 ‘산의 나라’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네 번째로 산림비율이 높다. 전체 산림의 67.5%가 사유림이고, 국유림과 공유림이 각각 24%, 8.5%이다. 산은 계곡을 품고, 깨끗한 계곡물은 모여 하천(강)을 이룬다. 열심히 발품을 팔고 다니면 청정 숲과 물이 어우러진 자연명당을 만날 수 있다. 전원생활 수요가 가장 많이 몰리는 수도권과 인접 강원·충청권으로 떠나보자.
먼저 남한강과 주변 명산을 따라 형성되는 ‘전원벨트’는 충북 단양·제천·충주→강원 원주→경기 여주→양평으로 이어진다. 충청권에서 남한강과 충주호를 감싸 안은 명산은 소백산, 월악산, 태화산, 비봉산, 금수산, 주봉산 등이다. 충주호를 빠져나온 남한강은 충주시 소태면과 원주시 부론면을 지나 수도권인 여주시 점동·강천면으로 진입한다. 여주 위쪽으로는 양평군 강상·강하면 등이 이어진다.
북한강과 주변 명산을 잇는 전원벨트는 강원 화천→춘천·강촌→경기 가평→양평으로 이어진다. 북한강은 평화의 댐을 지나 파로호에 이르고 화천읍을 지나 춘천으로 흘러간다. 주변에는 사명산과 용화산이 우뚝 솟아있다. 춘천 의암호와 삼악산은 멋진 산수화를 완성한다. 인제와 양구를 거쳐 온 소양강이 이곳에서 합류한다. 가평군 청평호 주변에는 멋진 호명산과 화야산이 서 있다. 이어 양평군 서종면을 거쳐 양서면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은 하나가 된다.
‘대한민국 젖줄’ 한강은 주변의 크고 작은 강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홍천강(홍천)은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대표적인 지류다. 남한강으로는 섬강(횡성·원주)과 평창강(평창), 동강(영월·정선) 등이 유입된다. 이들 강 주변으로 금학산·팔봉산(홍천강), 태기산·봉복산(섬강) 등 명산이 즐비하며, 때 묻지 않은 자연명당을 만들어낸다. 오대산과 계방산이 둘러싼 홍천군 내면의 내린천 최상류 지역은 평균 해발 650m 이상의 고랭지로, 희귀어종인 열목어가 서식하는 등 청정한 자연환경이 돋보인다.
자연명당을 말하면서 풍수지리를 빼놓을 수 없다. 산자락의 명당은 산의 얼굴 쪽 땅이다. 산은 얼굴과 등으로 나뉘는데, 경사가 가파른 쪽이 등이고 완만한 쪽이 얼굴이다. 산 정상에서 마을로 뻗어 내린 지맥 중 기세가 활달하고 길이가 긴 ‘주지맥’은 항상 산의 얼굴 쪽에 자리한다. 풍수에서는 또 배산임수의 지역이라도 물이 둥글게 감싸 안듯 흐르는 곳을 명당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전통마을은 대개 풍수에서 중시하는 배산임수, 남향 등 명당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전통마을은 집성촌 등 씨족사회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에 전원 터를 마련하고자 한다면 마을 중심이 아닌 외곽 쪽이 좋다.
전원생활의 주된 목적 중 하나는 병 없이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는 것 즉, 무병장수다. 자연과 더불어 느리게 살아가는 전국 장수마을은 이상적인 자연명당의 모델이기도 하다. 2000년대 들어 발표된 장수 관련 각종 정부 통계나 대학의 연구결과를 보면, 장수마을이 가장 많은 곳은 전남이다. 함평, 구례, 장성, 강진, 보성 등이 대표적이다. 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수벨트로 꼽히는 ‘구곡순담’도 지리산과 섬진강 주변의 전남 구례·곡성, 전북 순창, 전남 담양 등 전라도 지역을 일컫는다. 충북에서는 영동군이 100세 이상 장수노인 비율(0.05%·26명, 2013년 말 기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과 가까울수록 병은 멀어지고, 자연과 멀수록 병은 가까워진다’는 괴테의 말처럼 자연명당은 우리에게 건강과 느림, 안식을 선물한다. 이런 자연명당은 신선처럼 유유자적하며 살기에 안성맞춤이다. 도시와 욕심을 내려놓기만 한다면 더이상 무엇이 필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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