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변영욱]평창올림픽과 포토라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6일 03시 00분


변영욱 사진부 차장
변영욱 사진부 차장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제22회 겨울올림픽을 취재하고 돌아온 사진기자로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국제 규모의 스포츠 대회는 개최국을 알리고 홍보하는 좋은 기회이다. 평창이 세 번의 시도 끝에 올림픽을 유치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럴듯한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이미지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진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자신과 러시아의 호감도를 높이는 데 사진을 적극 활용했다. 미녀 장대높이뛰기 선수인 옐레나 이신바예바를 선수촌장으로 임명해 함께 사진을 찍었고, 표범을 끌어안고 찍기도 했다.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사진은 때론 누군가의 연출로 만들어진다. 폐막식에서 러시아 국기와 오륜기, 그리고 태극기를 펄럭이게 한 것은 자연 바람이 아니라 영상을 배려해 인공적으로 바람을 불게 한 것이다.

국제대회 조직위원회는 사진기자들의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준비한다. 러시아 소치의 올림픽 운영도 사진기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한 측면이 여러 면에서 눈에 띄었다. 방송의 경우 조직위가 경기 전체를 촬영해 각국에 배포하는 방식이지만 신문과 인터넷 매체는 사진기자들이 개별적으로 취재를 한다. 이러다 보니 개인이 들고 다니는 짐의 양이 적지 않다. 이동거리가 길어지면 사진 취재에 집중할 에너지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점을 배려해 셔틀버스에서 내린 사진기자들이 짐을 들고 이동하는 거리가 최소화되도록 출입구를 만들었고, 경기장 안에서도 사진기자실과 빙상트랙의 거리를 가깝게 배치했다.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기자실에서 문 하나를 열면 바로 빙판으로 연결될 정도였다. 유료와 무료 등급에 따라 인터넷의 속도를 차등화하긴 했지만 모든 기자가 현장에서 최대한 빠른 시간에 사진 송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점도 기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제 4년 뒤 평창이 기다리고 있다. 평창조직위도 이번에 대대적인 시찰단을 구성해 소치를 방문해 경기장 운영을 둘러봤으니 다음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9일 오후 소치의 올림픽 파크 내 평창하우스에서 열린 ‘평창의 날’ 행사는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행사 중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김진선 평창조직위원장과 함께 예정에 없는 ‘말춤’을 췄다. 현장에는 한국 사진기자들이 4명 있었지만 그 장면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경호원과 행사 진행자들이 사진기자들의 동선을 확보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흐 위원장과 김 위원장의 말춤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을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는 바람에 조용히 묻히고 말았다.

평창조직위는 지금부터 최고의 사진이 나올 수 있는 포토라인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각국에서 모여든 사진기자들을 배려하고 존중한다면 평창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그 대회의 모든 것을 얘기해 줄 수 있다.

변영욱 사진부 차장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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