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이 부정할수록 세계는 위안부-난징대학살 기억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7일 03시 00분


미국 뉴욕의 홀로코스트박물관에 일본군 위안부의 고통과 피해를 알리는 특별 전시관이 생긴다. 2011년 위안부 그림전과 피해자 증언을 듣는 행사를 개최했던 이 박물관 아서 플루그 관장의 제의로 성사됐다. 한국이 아닌 미국 땅에 일본군의 만행을 기억하고 가르치는 공간이 생기는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나치가 학살한 희생자의 후손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같은 아픔을 겪은 피해자로 공감한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부정 행태가 국제 사회에 역풍을 불러오고 있다. 반(反)인륜적 전쟁 범죄를 지우려고 발버둥칠수록 더 깊이 수렁에 빠지는 형국이다. 이웃 피해국의 분노감과 적대감은 커지고 세계인의 머릿속에는 일본의 과거 야만적인 행적이 뚜렷이 각인되고 있다. 중국은 난징대학살이 시작된 날(12월 13일)을 국가추모일로 격상하기 위한 초안을 마련했다. 다음 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군국주의 일본이 1937년 난징에서 저지른 만행은 입에 담기조차 끔찍했다. 중국인들의 목 베기 경쟁을 하거나 사람들을 가축처럼 묶어 총검 훈련의 대상으로 삼았고, 민간인 무차별 사격에 강간까지 하는 등 중국에 결코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최근 ‘약 600명으로 구성된 시체 매장부대가 1월 상순부터 2월 말까지 시신 5000구를 매장했다’는 일본 문서까지 공개됐다. 피해 규모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지만 학살 희생자가 30만 명에 이른다고 전해진다.

진화 생물학자인 로버트 트리버스 미국 럿거스대 교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대응 방식에 대해 ‘자기 조상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교체한 자기기만의 사례’라고 규정했다. 자국 역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일본의 집단적 최면 상태를 꼬집은 것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자기기만을 통해 일시적으로 자긍심이 높아지는 착각을 가질 수는 있지만 길게 보면 더 큰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아무리 역사적 범죄를 부인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일본에서 인류 양심에 역행하는 일이 늘어날수록 아시아의 피해 당사국에 공감하는 세계인의 분노가 커질 것이다. 가까운 이웃도, 먼 이웃도 죄다 잃고 국제사회에서 조롱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일본은 역사의 역주행을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일본#위안부#과거사 부정#난징 대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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