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유리’라고 부르는 후지타 사유리(藤田小百合·35) 씨는 4차원 캐릭터로 유명합니다. KBS ‘미녀들의 수다’로 데뷔했을 때부터 솔직하고 엉뚱한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녀’ 타이틀을 달고 “개고기가 해장에 좋다”고 말하는 20대 여성은 확실히 독특한 존재였습니다.
사유리 씨는 “햄스터와 비둘기를 친구로 삼아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고백할 만큼 이지메(왕따)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상처는 사유리 씨를 자꾸 자기 안에 갇히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떠오른 질문 하나가 그의 인생을 바꿨습니다. “내가 뭔데?” 사유리 씨는 이 질문을 파고든 끝에 엉뚱하지만 남들하고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자신을 사랑하게 됐다고 합니다.
“차가 없는 게 지는 것이 아니다. 돈 없는 게 지는 것이 아니다. 학교 안 나온 게 지는 것이 아니다. 키가 180cm보다 작은 게 지는 것이 아니다. ‘니가 뭔데가 아니라 내가 뭔데’, 사람이 이 정신을 잊어버릴 때 인생에 크게 지는 것이다.”
요즘에도 사유리 씨가 자기 트위터(@sayuripokopon)에 올리는 글을 읽고 있으면 어린 시절 구김살을 얼마나 멋들어지게 다림질했는지 느껴져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그래서 마음이 울적할 때 읽는 사유리 씨 트위터는 제게도 큰 힘이 됩니다.
“항상 새로운 명품 가방을 메는 여자는 자신을 과시하려는 여자라고 누군가 말했다. 사람은 도덕적인 말 속에서 자신의 울분을 풀려고 한다. 나는 매일 1만5000원짜리 가방을 메고 다니지만, 남의 물건에 대해서 뭐라고 할 만큼 몰락하지 않았다.”
“돈 잃고 거지가 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남한테 어떻게 해야 받을 수 있는지만 생각하는 정신 거지가 제일 부끄럽다.”
아직 미혼인 사유리 씨는 남녀관계에서 지나치게 남성 의존적인 일부 한국 여성(김치녀)을 비꼬는 글을 종종 올립니다. 한국 누리꾼들이 자기 주도적인 ‘스시녀’라고 그를 치켜세우는 이유입니다.
“친구가 ‘내 인생을 맡길 수 있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내 인생은 나 스스로에게 맡겨야 한다. 그래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인생에 대한 피해자와 가해자가 생기지 않는다.”
“남자가 멋있어 보일 때는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사줄 때가 아닌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친절한 모습을 보일 때이고, 좋은 차를 타고 있을 때가 아닌 끼어드는 차에게 양보해 줄 때다.”
이렇게 근사한 글을 쓰는 일본인은 위안부 문제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사유리 씨는 2008년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나눔의 집’을 방문해 사죄하고 100만 원을 기탁했습니다. 그때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일본을 사랑하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우리가 최고다’ 하고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창피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애국자다.” 2012년에는 다시 광고 출연료 3000만 원을 전액 이곳에 기부했습니다. 이때는 “일본인이기 때문에가 아니라 같은 여자라는 마음이 더 크다”고 했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필두로 한 몇몇 일본 정치인들은 왜 이렇게 생각하지 못할까요? 우리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가해자인 일본이 사과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따지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같은 사람으로서 위안부 할머니들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찢어지지 않는지, 그리고 그런 감정이 지극히 당연한 인간 본성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내일은 열여덟 소녀 유관순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지 95년 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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