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센스 안보차석보좌관에 따르면 영변 핵시설 폭격을 주장한 페리 국방장관이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의 외교적 해결을 지지하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외교 같은 소리 하네. 당신이 북한을 뭐 그리 잘 안다고 그래?”라고 하자, 발끈한 대통령은 “페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나도 당신만큼 북한을 알고 있어!”라고 화를 내고 회의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한다. 그러나 잠시 후 커피 한잔을 들고 와서 다시 논의한 결과 한 달 동안 북한을 회담 테이블에 끌어들이고, 그 이후 여의치 않으면 폭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수평적 소통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정책 결정이다.
프랑스 시라크 대통령에게 “국민 7할이 대통령이 국정을 잘 운영한다고 했다”는 공보장관의 여론조사 보고가 올라왔다. 시라크 대통령의 딸인 공보수석 클라우드가 비서실 자체 조사로는 지지도가 겨우 5할이라고 보고하자 시라크 대통령은 격노했다. 그러자 빌레팡 비서실장, 대변인, 정무수석 등 보좌관 30여 명이 집무실에 가서 비서관 전체 이름으로 지지도 5할이 사실이라고 보고하였다. 시라크 대통령은 화를 내긴 했지만 지지도 5할을 인정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듣기 싫은 소리라도 진실을 알리는 것이 대통령과 보좌관의 진정한 소통이라고 당시 비서실 운영차장인 플로리앙이 필자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육군참모총장이었던 맥아더의 회고록에 따르면, 루스벨트 대통령은 경제공황 해결을 위해 병력을 감축하기로 하고 국방예산을 삭감하려 했다. 맥아더는 “적군의 총검에 찔리고 짓밟혀 저주하며 죽어가는 젊은 미군 병사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 저주의 대상이 루스벨트이지 나는 아니기를 바랍니다”라며 반대했다. 루스벨트는 “대통령에게 하는 말버릇이 고작 이거야?”라고 화를 냈고, 맥아더는 “그래서 사표 제출합니다”라며 집무실을 나섰다. 그러나 “사표는 무슨. 자네가 제출한 국방예산안은 그대로 살렸어”라는 루스벨트의 말을 듣고 맥아더는 백악관 계단에 주저앉아 구토를 했다고 한다. 직책도 버리고 소신을 관철하려는 군 총수와 그 소신을 받아주는 대통령의 아량이 소통으로 수렴되는 모습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군 장병 사기 조사를 하는 필자에게 전화로 묻기에 징병제인 한국군 장병 1할 정도가 사기가 높다고 생각하며, 대통령 지지도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내가 전방에 가면 장병이 얼마나 좋아하는데”라며 노발대발하는 대통령에게 부사관 이상 군 간부에게 전후방 교대 시 이사비를 지급하고 군 간부 지휘운영비를 증액하면 군 장병의 대통령 지지도가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 제언은 그해 국방예산에 반영되었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신문방송매체 활용이다. 일본 고이즈미 총리, 관방장관, 관방사무부장관이 총리의 국정운영을 신문방송 브리핑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는 소통 시간은 1일 1시간 20분, 1주 7시간으로 올림픽 금메달감이었다.
독일 통일을 달성한 콜 총리 시절 외교보좌관이었던 바텐슈타인에 따르면, 총리는 총리실에서 근무하는 행정부 관료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를 했다고 한다. “나의 정치적 결단이 전문 관료인 자네의 판단으로 아니라고 생각되면 끝까지 그 소신을 관철시켜 주게.”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있어 행복시대를 펼치기 위한 하드웨어를 장착해야 한다. 소신 있게 진언하는 보좌진과 각료의 발굴, 여당과 야당, 사회 각 계층, 국민의 견해를 경청하는 열린 마음, 수평적이며 실용적 상호관계의 소통문화와 같은 하드웨어를 대통령 스스로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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