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커의 먹잇감 KT에 국가통신망 맡길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8일 03시 00분


국내 최대 통신회사인 KT에서 1200만 명의 고객정보가 털렸다.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 KT 고객 1600만 명 중 75%의 개인정보가 초보적 해킹 방식으로 빠져나갔는데도 KT는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구속된 김모 씨는 “여기저기 해킹을 시도했는데 다른 데는 안 됐고 KT만 통했다”고 했다. 김 씨를 고용한 텔레마케팅 업체는 휴대전화를 바꿀 때가 된 고객을 족집게처럼 찾아내 115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KT 소비자들이 유독 기기 변경을 하라는 텔레마케팅과 스팸 문자 공세에 시달렸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KT는 2012년 7월에도 해킹으로 870만 명의 고객정보를 털린 전력이 있다. 당시 KT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 인프라를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어제는 “시스템 개편 프로젝트가 진척이 잘 안됐다”고 시인했는데 이번 재발 방지 약속을 믿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고객정보 유출은 1차적으로 회사 책임이다. 그렇다고 감독 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방통위는 2012년 KT에 과징금 7억5300만 원을 물린 뒤 철저한 감독을 했는지 묻고 싶다. 지금처럼 개인정보보호 업무는 방통위가, 정보보호 정책은 미래부가 맡아 서로 따로 놀아서는 재발 방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정보의 보관 활용에 금융기관의 보호 책임을 분명하게 하고, 위반할 경우에는 회사 문을 닫을 수 있는 수준의 엄격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KT는 국가보안시설까지 운영한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혁명조직(RO) 비밀회합에서 타격 목표로 삼은 시설에는 정보통신보호구역인 KT 서울 혜화지사가 포함돼 있다. 홈페이지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KT가 이런 중책을 맡고 있는 현실이 걱정스럽다.
#KT#고객정보#해킹#텔레마케팅#스팸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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