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은 간첩 계속 보내는데 국정원은 엉망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2일 03시 00분


북한군 보위사령부의 지령을 받고 탈북자로 위장해 작년 8월 국내로 잠입한 공작원 홍모 씨(40)가 공안당국에 적발돼 그제 구속 기소됐다. 홍 씨는 탈북 브로커를 납치하려다가 미수에 그치는 바람에 덜미가 잡혔다. 간첩을 잡은 것은 잘한 일이나 다른 간첩사건의 증거조작 의혹으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가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또 다른 걱정이 앞선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 씨도 중국 국적의 화교이면서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로 들어왔다. 유 씨는 1심 재판에서 탈북자로 위장하려고 신분증을 위조하고 탈북자 정착지원금 2565만 원을 타낸 혐의는 유죄를 받았지만 국정원이 적용한 간첩 혐의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받았다. 국정원은 2심에서 유 씨의 간첩 혐의를 무리하게 입증하려다 증거조작 사건까지 촉발했다.

유 씨가 간첩이 아닌데도 국정원이 의도적으로 간첩으로 몰려고 했는지, 아니면 유 씨가 간첩이 맞는데도 국정원이 무능력과 헛발질로 밝혀내지 못한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어느 경우든 국정원은 책임을 면할 수 없지만 이번 사건은 다른 한편으로 대공수사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간첩은 찾아내기도 힘들지만 혐의를 입증하기는 더욱 어렵다. 수사 단계에서의 자백이나 제3자의 증언, 증거라도 재판에서 채택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만큼 대공수사 능력과 기법이 더 고도화하고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남파 공작원 홍 씨는 “남한 구치소 밥이 북한 국경절이나 명절에나 먹을 수 있는 밥보다 맛있어 몸무게가 14kg이나 늘었다”고 말했다. 특별대우를 받는 보위사령부 출신이 이런 말을 할 정도라면 일반 주민의 사정은 어떠하겠는가. 그런데도 김정은은 2012년 호화 사치 물품을 사들이는 데 6억4580만 달러를 썼다고 한다. 한 해 북한의 식량난 해소에 필요한 돈의 4배에 이른다. 북은 이보다 더 많은 돈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 간첩도 끊임없이 남한으로 내려 보낸다.

국정원은 이런 비정상 정권을 상대로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전을 지켜내야 하는 최첨병이다. 그럼에도 증거조작 사건에 휘말려 그동안 쌓아온 공(功)과 명성이 물거품이 되다시피 하고, 국가 최고 정보기관으로서의 위신도 땅에 떨어졌으니 안타깝다. 국정원은 우선 신뢰 회복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대공수사 역량은 선진적으로 더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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