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유우성 씨는 2006년 북에 있는 어머니 장례식에 참석했다. 유 씨 변호인 측은 이때 유 씨가 ‘중국→북한(出)’ ‘북한→중국(入)’을 한 차례 오갔다고 했다. 변호인 측은 ‘出·入·入·入’이라고 적힌 유 씨의 출입경 문건을 법원에 제출했다. ‘出·入’이 맞고 뒤의 ‘入·入’은 전산오류로 잘못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와 국가정보원 수사팀은 지금도 자신들이 처음에 제출한 ‘出·入·出·入’ 문건이 옳다고 주장한다. 중국 측은 변호인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만일 ‘出·入·出·入’ 문건이 위조됐고, 국정원 실무책임자까지 연루돼 있다면 외교적인 문제 등 파장이 클 것이다. 이 국정원 문건은 유 씨에게 1심에서 무죄 선고가 난 직후 다급한 상황에서 보강자료로 법원에 냈다. 검찰 수사팀은 이 문건의 위조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본다. 문건을 입수한 제3의 협조자인 조선족은 잠적했다. 중국은 돈만 많이 주면 공민증도 살 수 있는 나라다. 최초에 제출된 출입경 기록이 진짜인지가 검찰 수사의 핵심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항소심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다.
▷검찰이 어제 국정원 협조자 김모 씨를 체포하고 유 씨도 불러 조사했다. 김 씨는 ‘出·入·出·入’이 맞는다는 취지로 중국 세관 명의의 설명자료 문건 등을 위조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블랙요원인 김모 과장과 주선양 총영사관 이인철 영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혐의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압수한 간첩수사 및 외교 전문 보고서에서 ‘윗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증거 조작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면 국정원의 조직적인 개입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사건의 전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입을 다물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의 증거 조작을 파헤치면서 ‘배달부’ 역할을 한 검찰 내부를 추궁하는 수사도 해야 한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고심이 깊을 것 같다.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오로지 증거만 보고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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